한국일보

유방암 수술 후 ‘항암 치료’ 반드시 받아야 하나?

2023-11-07 (화)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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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방암 환자 50% 정도는 항암 치료 불필요

우모(55·여)씨는 3년 전부터 왼쪽 유방에 덩어리가 만져져 동네 병원에서 유방촬영술과 조직 검사를 통해 ‘침윤성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이후 대학병원에서 유방 초음파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2㎝가량의 유방암 종괴가 관찰됐다. 우씨는 성공리에 유방암 절제 수술을 받았지만 이후 항암 치료가 걱정이었다. 항암 치료 과정에서 탈모·구토를 비롯해 심한 통증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림프절 전이가 있는 유방암 환자라도 항암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유방암 환자 치료법이 크게 개선됐다.

‘2020년 국가암등록사업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전체 암 발생자는 24만7,952명이었고, 유방암 환자는 2만4,923명(10.0%)였다. 유방암 발생률은 전체 암 중에서는 5위이지만 여성 암 중에는 1위에 올랐다.


그렇지만 유방암 5년 상대 생존율은 계속 높아져 1993~1995년 79.2%에서 2016~2020년 93.8%로 크게 향상됐다. 유방암보다 상대 생존율이 높은 암은 갑상선암뿐이다. 상대 생존율은 암 이외 원인으로 사망했을 경우를 보정한 생존율이다.

이처럼 유방암 생존율이 크게 좋아졌지만 환자들은 항암 치료와 이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 걱정이 적지 않다. 환자들은 3~6개월 정도의 항암 치료 기간에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어한다. 항암 치료 후에도 독성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손발 저림 등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유방암 치료법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이장희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외과 교수는 “최근 유전자 검사를 통해 항암 치료가 불필요한 유방암 환자에게 항암 치료를 생략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유방암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유무와 표피 성장 인자 수용체인 HER2 발현에 따라 4가지 아형(亞形)으로 나뉜다. 이 중 ‘여성호르몬 수용체 양성(+)·HER2 음성(-) 유방암’은 65% 정도를 차지한다. 이 경우 온코타입DX·온코프리·진스웰BCT·맘마프린트 등 유방암 다중 유전자 발현 검사를 시행해 항암 치료의 이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들 검사는 절제한 암 조직에서 여러 유전자 분석을 통해 환자의 재발 점수를 구한 뒤 저위험군과 고위험군으로 나눈다.

고위험군이라면 유방암 전이 위험이 크다는 것을 미리 알 수 있기에 항암 치료를 통해 유방암 치료 후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고위험군 항암 치료 효과를 검증한 임상 시험에 따르면 호르몬 단독 치료를 받으면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은 10년 생존율이 65.4%이지만 항암 치료 시 생존율이 91.9%까지 증가했다.

반면 저위험군이라면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될 확률이 매우 낮으므로 항암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2020년 12월 세계 최대 규모의 유방암학회에서 발표한 ‘RxPONDER’ 연구 결과에 따르면, 림프절 전이가 있는 유방암 환자도 폐경 이후 유전자 검사 점수가 기준 이하라면 항암 치료를 생략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장희 교수는 “일반적으로 암 수술 후 미세 암 제거를 위해 항암 치료를 반드시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가장 흔한 유방암의 일종인 호르몬 수용체 양성(+)·HER2 음성(-) 유방암이라면 먹는 항호르몬 치료제가 전신 치료를 보완할 수 있고, 항암 치료 반응이 상대적으로 낮기에 항암 치료를 되도록 하지 않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고 했다.

이 교수는 따라서 “유방암이 림프절까지 전이된 환자도 여성호르몬 검사에서 폐경이 된 상태로 확인된다면 항암 치료를 받지 않을 수 있어 유방암 환자 가운데 50% 정도는 항암 치료를 생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저위험군 유방암이라도 재발 가능성이 없지 않기에 항암 치료 여부를 떠나 치료 후 관리가 중요하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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