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파업 노동자에 실업수당 ‘NO’

2023-10-03 (화) 01:03:10 석인희 기자
크게 작게

▶ 뉴섬 주지사 거부권 행사

▶ 주의회 통과 법안 무산 “실업수당 기금고갈 우려”

캘리포니아에서 파업 중인 노동자들에게도 실업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의 법안이 주의회를 통과했으나 주지사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달 30일 파업 근로자에게 실업수당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법안(SB799)에 서명을 하지 않고 거부권을 행사했다. 뉴섬 주지사는 실업수당을 파업 중인 근로자들에게까지 제공하게 되면 가주 당국의 실업 신탁기금(UI Trust Fund)이 고갈될 수 있다고 거부권 행사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가주 실업 신탁기금 재정 시스템은 지난 1984년 이후 업데이트되지 않아 파산 위기에 놓인 상태다. 주정부의 연방 실업 보험 대출이 올해 연말까지 약 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업수당 서비스 확대는 실질적으로 어렵다는 게 뉴섬 주지사의 주장이다.


뉴섬 주지사는 “지금은 실업 신탁기금 부채를 더 짊어지기에 적합한 시기가 아니다”며 “근로자들의 노조 운동을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이 법안에는 서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할리웃 노조와 여러 노동 단체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아온 법안이다. 올해 할리웃 작가 1만1,500여명이 소속된 미국작가조합(WGA)은 5월부터 146일 동안 파업을 벌이며 영화·TV 제작자연맹(AMPTP)과 협상 타결을 도출해낸 바 있다. WGA의 파업 최장기간은 1988년의 154일로 올해 파업 또한 역대 두번째로 긴 파업이었다.

가주 의원들은 할리웃 노조 파업이 4개월이 넘어가면서 장기화되자 지난달 법안(SB799)를 통과시켰다. 뉴욕과 뉴저지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에서는 파업 중인 노동자들에게 실업수당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실업수당은 주당 450달러로 최대 26주 동안 지급된다.

캘리포니아 노동연맹(California Labor Federation)을 이끄는 로레나 곤잘레스 플레처 의장은 “노조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강한 상황에서 뉴섬의 거부권 행사는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법안을 상정한 앤소니 포르탄티노 가주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법안을 재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캘리포니아 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기업 단체들은 해당 법안이 고용주들의 세금 인상으로 이어지게 만들 수 있다며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석인희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