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반변성 환자가 본 시야. [한국일보 자료사진]
나이 관련 황반변성(Aged Macular DegenerationㆍAMDㆍ노인성 황반변성)은 우리 눈 안쪽 망막 중심부에 위치한 황반(黃斑·yellow spot)에 변화가 생겨 시력장애가 생기는 질환이다. 황반은 지름이 1.5㎜로 누르스름한 빛깔을 띠는데, 빛을 받아들이는 세포가 가장 많이 모여 있다. 시력의 90%를 담당하며 색을 구별하고 사물을 뚜렷하게 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황반변성은 백내장·녹내장과 함께 3대 노인성 눈 질환으로,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서서히 시력을 잃고 결국 실명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다. 주원인은 노화다. 이 밖에 흡연, 유전, 염증 관련 요인, 고도 근시 등이 위험 인자로 꼽힌다.
전승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대개 나이가 들면 황반에 변화가 오는데, 눈이 침침해지거나 사물이 휘어져 보이고 시야 한가운데가 검게 보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의심할 수 있다”고 했다.
전 교수는 “황반변성 등 노인성 눈 질환으로 인한 시력 저하는 치매·낙상·우울증 위험을 높여 삶의 질 전반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9월 마지막 주 토요일(올해는 9월 30일)은 국제망막연합이 제정한 ‘세계 망막의 날’이다.
■황반변성 나타나면 이전 시력 회복 어려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황반변성으로 병원을 찾은 인원은 2017년 16만4,818명에서 2021년 36만7,463명으로 4년간 122.9% 늘었다.
연령대별로는 ▲70대 34.1% ▲60대 32.3% ▲80대 이상 17.9% 등으로 60대 이상이 전체의 84.3%를 차지했다. 황반변성 환자 10명 중 8~9명은 60대 이상이라는 얘기다. 10만 명당 황반변성 환자도 2017년 326명에서 2021년 743명으로 127.9% 증가했다(국민건강보험공단).
황반변성이 발생하면 시력 저하, 변형시, 사람을 쳐다볼 때 얼굴은 안 보이고 팔·다리만 보이는 중심 암점(暗點)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글자나 직선이 휘어져 보이고 글을 읽을 때 어느 한 부분이 보이지 않는 증상이 나타나다가 결국 시력이 떨어지게 된다.
다만 황반변성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또 황반변성이 한쪽 눈에만 발생하면 아직 정상인 반대편 눈에 의지해 증상을 깨닫지 못하고 지내다가 반대편 눈에도 시력 저하가 온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
전승희 교수는 “수정체가 뿌옇게 변하는 백내장은 치료받으면 회복이 가능하지만, 황반변성은 일단 시력장애가 시작되면 이전 시력을 회복하기 어렵다”며 “이는 황반이 시신경 세포로 구성돼 있어 한 번 죽으면 재생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모든 황반변성 환자가 시력을 잃는 것은 아니다. 조기에 발견해 황반의 구조적인 손상이 생기기 전에 치료하면 대부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시력은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황반변성은 정기적인 자가검진을 통해 돌이킬 수 없는 시력 손상이 발생하기 전, 즉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진단을 받은 후에는 망막 전문의에게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황반변성 위험 인자로 알려진 비만·흡연 등의 조절 가능한 인자 역시 줄이도록 한다.
바둑판 모양의 암슬러 격자를 이용한 황반변성 증상 확인법. 황반변성 환자가 볼 때(오른쪽)는 정상인이 볼 때(왼쪽)와 달리 사물이 휘거나 찌그러져 보인다.
■바둑판 휘어져 보인다면 이상 신호로 여겨야
황반변성은 크게 건성(비삼출성)과 습성(삼출성)으로 나뉜다. 위험한 것은 습성이다. 습성 황반변성은 예후(치료 경과)가 좋지 않고 시력을 잃을 위험이 있다.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전체 황반변성의 80~90%를 차지하는 건성 황반변성은 심각한 시력 저하를 유발하지는 않지만,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행할 수 있다.
황반변성은 바둑판같이 가로세로 줄이 많이 그어져 있는 종이를 한쪽 눈으로 쳐다보면 이상 여부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무언가 휘어져 보인다면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1주일에 한 번씩 달력의 숫자를 일정 거리에서 바라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상이 있다면 병원을 찾아 혈관조영술과 광간섭 안구 단층촬영을 통해 발병 여부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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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