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 또 한 번 정리할 때가 된 것 같다. 코로나와 백신 이야기다. 코로나가 다시 확산추세라는 말이 나온 지 꽤 됐다. 지금은 걸려도 전처럼 티 나게 집에서 격리하려는 이가 많지 않다. 전파를 막으려면 걸린 사람들이 확실하게 마스크를 써 줘야 하는 데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코로나 증상을 알고도 회사 가고, 교회 가고, 마스크를 벗은 채 식당서 밥 먹고, 영화관까지 간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새 백신이 승인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전에 여러 번 맞았는데 또 맞아야 하나? 변이가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데 모두 효과가 있을 래나? 곧 발발 4주년이 될 코로나, 여전히 궁금한 것이 많다.
지난 6월 연방 식품의약청, FDA는 새로운 코로나 백신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약업계는 석 달 만에 이 요구에 부응했다. FDA는 지난 11일 모더나와 화이저가 개발한 새 코로나 백신을 승인했다. 그 다음 날 바로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 CDC가 이 백신의 접종을 추천한다고 발표함으로써 당국의 절차는 끝났다. 지금은 병원, 약국, 보건소 등에 새 백신이 나눠지는 과정에 있다. 곧 맞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메디칼, 메디케어, 보험 등으로 커버돼 대부분 접종비가 들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코로나 백신은 지난 2020년 말 처음 나왔다. 오리지널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할 수 있는 SARS-COV-2의 대항마였다. 이 백신은 게임 체인저 역할을 훌륭하게 해 냈다. 하지만 변이의 출몰로 백신 효과가 떨어지면서 2022년 중반, 두 번째 백신이 개발됐다. 이 백신은 오리지널 바이러스와 당시 유행하던 오미크론 변이 등 2종류를 모두 막을 수 있는 2가 백신이었다.
보건당국의 권고 대로 충실하게 백신을 접종했다면 이 2가지 종류에다 부스터 샷까지 더해 지금까지 아마 백신을 5회 정도 맞았을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부지런히 변이를 계속해 이 백신으로는 예방 효과가 거의 없는 새로운 변이들이 확산됐다.
이번에도 전령RNA 방식으로 개발된 두 제약회사의 새 백신은 FDA가 요청할 당시 유행하던 오미크론 패밀리의 하위 변이인 XBB.1.5 예방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문제는 막상 백신이 나온 지금 당초 타겟이던 변이 대신 또 다른 변이들이 출몰해 우세종이 됐다는데 있다.
지금 유행하는 바이러스는 같은 XBB 혈통이긴 하나 그 하위 변이가 하나이고, 또 다른 것은 EG.5(별칭 에리스) 변이, 이 둘이다. 거기에 앞으로 우세종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또 다른 변이인 BA.2.86(별칭 피롤라)도 퍼져 나가고 있다.
바이러스로서는 생육하고 번성하기 위해 부지런히 같은 혈통의 새끼 치기와 옆으로 가지 치기를 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 앞서 달리는 바이러스와 뒤쫓는 새 백신. 바이러스와 인간 사이에 치열한 스피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데, 바이러스의 세계를 아는 사람들에겐 이미 예견된 일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굳이 새로 나온 백신을 맞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지금 유행의 주도세력과 앞으로 우세종이 될 것으로 보이는 변이의 예방 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백신인 까닭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럼에도 맞으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백신 접종한 지 1년이 지났으면 예방 효과는 거의 없어졌다고 봐야 한다. 독감 백신이 그런 것처럼. 새 백신을 맞으면 병원 입원 등의 중증 회피, 발병기간의 단축, 증상이 장기 지속되는 증상을 막는 효과 등을 거둘 수 있으리라고 한다. 지금껏 코로나 백신 접종에서 그런 효과들을 경험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