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포 - 한인타운 메트로 전철 타보니…
▶ 다운타운-웨스턴 구간 보안요원 개찰구에만…승객들 안전은 뒷전, 정신질환자 배회도
“주말과 밤 시간대 전철 타기 불안”

11일 LA 한인타운 웨스턴역에서 출발한 LA 메트로 퍼플라인 전철 안에서 한 노숙자가 좌석을 점거한 채 잠을 자고 있다. [박상혁 기자]
2개의 지하철 노선(B/D)과 4개의 경전철 노선(A/C/E/K), 101개의 역으로 구성된 LA메트로 전철 시스템은 하루 이용객 수가 지난 1분기 기준으로 하루 17만7,400명에 달한다. 연간 6,000만명 가까운 승객들이 메트로링크 열차와 지하철, 경전철을 통해 출퇴근을 한다. 하지만 지하철 객차와 역사 안 치안상황은 거의‘공포’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022년 한해 동안 메트로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시설에서 발생한 협박과 폭행, 살인과 강간, 강도 등 강력범죄는 전년보다 22% 증가했다. 특히 한인들도 많인 이용하는 대표적인 지하철 노선인 B라인(레드라인)과 D라인(퍼플라인)에서 올해 4월까지 발생한 범죄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4% 급증했다.
이처럼 폭력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메트로 당국은 경찰을 역에 배치하거나 무작위로 지하철에 탑승시키는 등 치안강화에 나섰다. 또한 부족한 경찰인력을 대신해 비무장 요원인 ‘트랜짓 엠버서더’들을 곳곳에 배치하고 있지만 강력범죄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월요일인 지난 11일 날로 심각해 지는 지하철 치안부재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LA다운타운의 유니언역에서 LA한인타운 한복판인 윌셔/웨스턴역까지 지하철에 탑승했다. 지하철 탑승 취재를 기획하게 된 까닭은 지난 6일자 윌셔/웨스턴역 광장의 환경 및 위생문제를 지적하는 본보 기사에 한 독자가 지하철 안 상황은 더욱 심각하니 취재를 해보라는 댓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11일 LA동부 시티 오브 인더스트리역에서 메트로링크 열차를 타고 종착역인 유니언역에 내렸다. 개찰구 앞 승차권 판매대에서 교통카드로 활용되는 탭카드를 구입하고 한인타운으로 향하는 B/D라인 승강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8시27분.
개찰구 밖에는 비무장 메트로 보안요원 3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개찰구 안쪽에도 3명의 보안요원들이 승강장 안으로 들어오는 승객들을 체크했다. 승강장에서 마침 출발하려는 B라인 지하철 열차에 탑승했다. B라인은 유니언역에서 다운타운과 한인타운 초입인 윌셔/버몬트역을 거쳐 노스 할리웃까지 운행하는 노선이다. B라인 이용객 수는 메트로 승객 중 10%에 불과하지만, 폭력범죄 건수는 전체 범죄의 3분의 1 수준에 이를만큼 가장 위험한 노선이기도 하다.
객차 안 좌석은 절반 정도 차 있었는데, 지하철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흑인 여성이 얇은 모포를 뒤짚어 쓴 채 잠을 청하고 있었다. 빈 좌석이 많았음에도 일반 승객들을 노숙자와 섞여 앉기를 주저하는 눈치였다. 윌셔/버몬트역에 일단 하차했다.
승강장 벤치에는 쪽잠을 자고 있는 20대 라티노 남성의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승강장 한쪽 구석에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에 취한 것으로 보이는 한 40대 여성이 마치 ‘좀비’와 같은 자세로 허리를 수그리고 서 있었다. 그 옆에선 30대 흑인 남성이 불안한 표정으로 승강장 안을 서성거렸다.
10여명의 일반 승객들은 이들 노숙자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진 원형 벤치에 모여 앉아 열차를 기다렸다.
윌셔가를 따라 윌셔/웨스턴역까지 운행하는 D라인 지하철이 승강장으로 들어 왔다. 객차 안에서 어바인에서 메트로링크 기차를 타고 유니언역에 내려 지하철로 윌셔/웨스턴까지 5년째 출퇴근을 하고 있다는 한인 문모씨를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눴다.
출퇴근시 치안문제로 불안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문씨는 “출퇴근 시간대는 그마나 승객들이 많은 편이어서 그래도 안전한 편이다. 각종 사건과 사고는 승객들이 뜸한 밤 시간과 주말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오전 8시47분 D라인 종착역인 윌셔/웨스턴역에 객차가 멈췄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 내릴 생각을 하지 않고 열차 안을 돌아 다녔다.
지난 4월 LA메트로 당국은 메트로 앰배서더(Metro Ambassador)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300명의 풀타임 보안요원들이 카운티 곳곳 전철과 버스를 순찰하며 승객 안전과 청결 상태 등을 살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던 20분 동안 객차 안이나 승강장을 순찰하는 보안요원들의 모습은 단 한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윌셔/웨스턴역 개찰구는 일반 승객들이 탭카드를 대야 문이 열리는 곳과 장애인이 이용하는 오픈된 곳으로 나뉘어져 있다. 개찰구를 빠져 나가는 순간에도 몇몇 노숙자들이 장애인용 개찰구를 통해 역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지난 7월 LA카운티 메트로폴리탄 교통국(MTA)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한 캐런 배스 LA시장은 2028년 LA 하계올림픽을 자동차 없는(car free) 대회로 만든다는 목표로 지하철 및 경전철 노선을 대폭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메트로 치안상황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한 시정부의 이같은 야심찬 계획은 주민들이 내는 귀중한 혈세를 낭비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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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