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부와 헌신의 족적 ‘한인사회 큰어른’ 추모

2023-08-17 (목) 12:00:00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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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홍명기 이사장 2주기

▶ 한국전 후 도미 고학, 50대 창업 성공 신화…차세대 정계 진출 후원, 한미박물관 건립 기금 등 2천만달러 이상 ‘기부왕’

기부와 헌신의 족적 ‘한인사회 큰어른’ 추모

지난 2019년 고 홍명기 이사장이 자신의 모교인 UCLA 화학과를 찾아 장학기금을 전달하고 있다. 고인은 고학을 하며 어렵게 졸업한 UCLA에 총 200만달러가 넘는 기금을 기부했다. [빅상혁 기자]

오는 18일은 미주 한인사회의 ‘기부왕’, 한상의‘대부’로 불렸던 고 홍명기 이사장이 87세를 일기로 타계한지 2주기를 맞는 날이다. 지난 2021년 8월18일 별세했던 고 홍명기 이사장의 2주기를 맞아 한인사회에서는‘한인사회의 큰 어른이자 리더’였던 고인을 그리워하며 그의 생전 업적과 인품을 기리고 기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인은 자신이 설립한 비영리재단‘M&L 홍 재단’을 통해 한인사회와 교육기관, 봉사단체에 2,000만 달러가 넘는 액수를 기부했다. 또한 한인 1.5세와 2세들의 정치력 향상을 위해 끝없는 후원을 해왔으며, 한미박물관 건립기금으로도 거액을 쾌척하는 등 한인사회 큰 어른이자 리더였다. 그는 특히‘주류사회에서 벌어 한인을 위해 쓴다’는 평소 철학을 실천한 진정한 애국자였다. 2주기를 맞아 고인의 생애와 한인사회에 끼친‘선한 영향력’을 조명해 본다.

■성공한 사업가·‘한상’의 거목

고인의 부친은 한국의 평화신문과 수도극장(스카라 극장) 사장이었고 아시아 최대의 안양종합촬영소를 설립한 홍찬씨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중앙고를 졸업한 청년 홍명기는 단돈 500달러를 들고 유학길에 올랐다.


UCLA 화학과를 다니면서 학비를 벌기 위해 주경야독했다. 대학 졸업 후 전공을 살려 자동차 도료와 수지 등을 제조하는 휘태커라는 회사에 연구원으로 26년을 근무했으나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에 가로 막혀 승진과 급여에서 차별을 받았다.

51세의 늦은 나이에 당시 간호사였던 부인 로리 홍 여사의 권유로 2만 달러로 페인팅 코팅업체인 듀라코트를 설립해 30년 만에 연매출 3억 달러를 달성하며 회사를 세계 특수페인트 시장 ‘탑5’로 성장시켰다.

■수많은 기부 실천

성공한 사업가였던 홍명기 회장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된 사건은 1992년 4.29 LA폭동이었다. 고인은 생전에 “4.29 폭동 소식을 보고 들으며 ‘그동안 비겁하게 뒤에서 나만 잘 살겠다는 생각을 했구나’ 싶었다. 이를 계기로 한인사회에 나가 무슨 일이든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교육과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분야에서 차세대 육성이라면 발벗고 나섰다. 1999년 남가주한국학원 이사장 재직 시절에는 350만 달러 기금을 모아 폐교 위기에 몰렸던 학교를 살려냈다. 또 한인 이민사를 보존하고 차세대에게 알릴 산실이 될 ‘한미박물관’ 건립에도 앞장서왔다.

2001년에는 사재 1,000만달러를 들여 ‘M&L 홍 재단’의 전신인 ‘밝은미래재단’을 설립하고 수많은 기부를 실천했다. 리버사이드 시청 앞 도산 동상 제막, 대한인국민회관 복원, LA 카운티 박물관 한국관 설립, 모교인 UCLA에 코리안 아메리칸 석좌교수직 신설, UCLA 화학과 장학기금 쾌척, LA 동부 라시에라 대학 기부 등 활발한 기부활동을 이어갔다.

■차세대 육성 헌신


그의 삶에는 ‘일관된 원칙’이 있었다. 한인사회 구성원과 차세대가 자부심을 갖고 미국 땅에서 떳떳한 ‘주인’이 되자는 것이다. 고인은 “이민 1세대들이 올바른 리더십을 갖고 모범을 보여 2세, 3세들이 미국사회에서 성공해 언젠가는 한인 이민사회에서 미국 대통령이 배출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

세계한상대회 개최를 주도하면서 오랫동안 리딩 CEO 포럼 공동의장을 역임했다. 한상 사회공헌재단 ‘글로벌한상드림’ 이사장으로서 한국 청년들을 위한 장학사업과 해외 취업 지원 등의 사업에도 앞장섰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 정부로 부터 2003년 국민훈장 동백장, 2011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훈했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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