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촉진이라는 명목 아래 미국 정부가 국내 일자리를 위협할 관세 카드를 또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관세는 근로계층을 지원한다는 명목 아래 저소득층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적대적인 경쟁자들에 대항한다는 명목으로 우리의 우방국들을 소외시킨다.
연방 상무부와 준사법기구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검토 중인 관세 부과대상은 참치, 수프, 토마토 등의 통조림 캔에 사용되는 양철이다.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비롯, 미국 정부는 과거 수년에 걸쳐 다양한 금속류에 관세를 매겼다. 그중에서도 트럼프의 관세는 유용한 연구사례를 제공했지만 안타깝게도 미국 관리들은 교훈을 얻지 못했다. 이들 관세는 명목상으로는 미국의 ‘국가 안보’와 ‘경제 안보’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역효과를 가져왔다. 특히 트럼프 관세는 미국의 경제는 물론 워싱턴의 지정학적 영향력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미국의 철강 생산업체들을 돕기 위해 이들이 만든 철강재를 이용해 자동차와 가전제품을 만들어내는 제조업체들에게 트럼프의 관세는 일방적인 불이익을 안겨주었다. 문제는 철강재를 사용하는 제조업체들의 몸집이 철강 생산기업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점이다. 경제전문가인 카디 러스와 리디아 콕스의 추산에 따르면 철강재에 의존하는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는 전체 철강생산 근로자 수의 80배에 달한다.
‘트럼프 관세’로 인해 미국의 강철 가격은 타국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고, 철강재에 의존하는 후방기업들은 제품 생산을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자재가격 상승은 손실보전을 위한 기업의 인력감축으로 이어졌고, 이에 따라 국내 제조업분야의 일자리는 무역제한이 없었던 시기에 비해 7만5,000개가 줄어들었다.
페터슨 국제경제연구원의 추산에 따르면 관세를 통해 보호를 받는 국내 철강생산업분야의 일자리 한 개를 보존하거나 새로 만들기 위해 미국인 소비자와 기업들은 연 90만 달러를 지불한다.
트럼프 관세는 유럽연합(EU)과 한국 등 우방국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트럼프는 관세가 중국과의 무역마찰 때문이라고 강조했지만 적대국뿐 아니라 우방국들까지 관세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사실 트럼프 관세의 최대 피해자는 중국이 아닌 우방국들이었다. 거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트럼프 이전에도 미국 행정부는 경쟁하듯 중국산 수입 철강에 관세를 부과했다. 따라서 중국은 트럼프의 추가 관세가 아니더라도 이미 미국 시장접근이 크게 제한된 상태였다. 중국은 실질적인 타격을 거의 입지 않았다는 얘기다.
반면 트럼프 관세로 뒤통수를 맞은 일부 우방국은 버본과 모터사이클과 같은 미국 산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했고, 결국 이들을 생산하는 미국 기업과 소속 근로자들이 고통을 당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의 철강 관세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거나, 수입 쿼타 등 관세와는 다르지만 여전히 자유무역을 제한하는 조치로 대체했다.
여기서 다시 양철판 관세로 돌아가자.
이번 관세 안은 기존의 것과는 다른 경로를 거쳐 나왔다. 노동조합인 철강노동자연합과 양철판을 만드는 몇 안 되는 국내 기업 중 한 곳인 클리블랜드-클립스가 국내로 유입되는 캐나다, 네덜란드, 독일과 중국의 철강가격이 너무 낮다며 정부에 적절한 조치를 촉구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번 경우에도 2018년 트럼프 관세 당시와 유사한 역학이 작용하고 있다. 양철판을 사용하는 제조업계의 전체 근로자 수는 양철판 생산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수를 30대 1의 비율로 압도한다. 이 같은 수치는 카토 인스티튜트 연구원인 스캇 린서컴이 국제무역위원회와 인구조사국의 자료를 토대로 산정한 것이다.
노조 일자리만을 염두에 둔다 해도 관세는 그리 좋은 해법이 아니다. 린서컴에 따르면 철강을 원자재로 사용하는 후방 소비업체들이 고용한 노조가입 근로자 수는 대략 2만3,000명으로 양철판 생산기업들의 3,000명에 비해 7배가 넘는다. 눈앞의 작은 이익을 얻기 위해 그보다 훨씬 큰 손실을 감당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정책이 될 수 없다.
캐서린 램펠은 주로 공공정책, 이민과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워싱턴포스트지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이다. 자료에 기반한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램펠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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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