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말기암 투병 옛 사우 위해 ‘온정’

2023-08-01 (화) 12:00:00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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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담-20년 넘게 이어진 ‘코스모스 전자’ 동료애

▶ 2005년 문 닫았지만 단톡 안부·송년 모임도…5천여달러 모아 전달

20년도 더 전에 같은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말기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고 투병하는 옛 동료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듣고 십시일반 자발적으로 모금한 수천달러를 전달한 훈훈한 미담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977년부터 28년 간 LA 한인타운 중심 웨스턴가에 위치해 있던 ‘코스모스 전자’의 전직 사우들 스토리다.

코스모스 전자는 지난 2005년 이미 문을 닫았지만 당시 같이 근무하던 직원들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왔다. 이들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안부를 주고 받았고 1년 혹은 2년에 한 번씩 연말에 송년모임을 열고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 모임에는 코스모스 전자를 경영하던 임정숙 전 대표와 두진현 전 부사장 등을 포함해 당시 근무했던 거의 모든 직원들이 참석했으며 특히 근무 중 짝을 만나 결혼한 여섯 커플은 모임의 중심축이 돼왔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이들에게 지난달 전직 동료 이모씨의 암 투병과 시한부 선고라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씨가 우연한 기회에 검진을 했는데 대장암 4기라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을 받은 것이다. 암이 이미 많이 진행된 상황이라 수술도 어려운 상태의 이씨는 형편이 어려워 치료도 포기한 채 현재까지도 생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씨의 남편은 오랫동안 병마와 싸우다 재작년 팬데믹 때 사망해 오랜 병간호 끝에 남편을 잃은 슬픔을 딛고 일어선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기였다. 게다가 1명의 자녀가 있긴 하지만 그 또한 조현병을 앓고 있어 이씨의 도움 없이는 살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코스모스 전자 사우들은 이씨의 상황을 모른척 할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씨와 근무 시기가 겹치지 않은 직원들도 이씨를 돕고 싶은 마음은 모두와 같았다.

두진현 전 부사장이 구심점이 되어 임정숙 전 대표와 사우들 총 23명이 십시일반 5,400달러를 금방 모았다. 토요일인 지난달 29일 그 중 몇몇이 이씨를 만나 마음을 전달했다.

옛 동료들의 마음을 전달받은 이씨는 많은 눈물을 흘렸고 삶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고 사우들은 전했다. 동료들은 늦었더라도 항암치료를 받아보길 권했고 이씨도 동의했지만 형편은 여전히 안 좋은 상황이다. 이씨는 이날 단체 카톡방에 “여러분들이 베풀어준 은혜와 응원에 많이 놀랐고 감사하다는 말 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 꼭 다시 건강해져서 인사드리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씨는 현재 4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상태다. 코스모스 전자 사우들은 이씨의 삶에 대한 희망의 불씨가 꺼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한인사회에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후원 문의 박재석씨 (213)503-2181.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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