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팬데믹 봉쇄가 해제되면서 해외 이주 인구가 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치솟은 탓에 나라 밖에서 일자리를 찾는 젊은 근로자들이 증가한 탓인지 모른다. 억만장자와 재계 지도자들이 ‘의문의 실종’을 당하자 지레 겁을 집어먹은 부유층 시민들이 발 빠르게 국외로 빠져나가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사상과 자본 그리고 이동의 자유를 임의적으로 제한하는 독재국가에서 사는 데 신물이 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구체적인 동기가 무엇이건, 해외로 나가 자신의 ‘자산’를 투자하려는 중국인들의 수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의 나다니얼 태플린 기자가 유엔 인구국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은 매년 순인구 유출을 경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한 경제부국들의 회복이 지연되면서 중국의 해외 전출인구가 다소 줄어들으나 (코비드로 인한 국경봉쇄기를 제외하면) 근년 들어 해외로 빠져나가는 중국인들의 숫자는 다시 봇물을 이루었다. 2022년에 이어 올해에도 중국은 30만 명의 순인구 유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2010년에서 2017년 사이의 연간 평균 순유출 인구의 약 두 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다른 민간기구가 집계한 데이터도 고국을 등지는 중국인들 가운데 백만장자의 수가 늘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현상은 여러 측면에서 중국 정부의 고민거리다.
하강곡선을 그리는 출산율과 늘어나는 해외 이주 인구 탓에 중국은 세계 최대 인구대국의 지위를 잃었다. 문제는 이같은 인구변화 추세가 앞으로 몇 년 후 중국민의 생활수준을 끌어내리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국외로 나가는 이주자들 가운데 숙련된 기술을 지닌 돈 많은 젊은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불균형하게 높으면 중국은 더욱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베이징이 경제와 과학 분야의 성장에 제 아무리 공을 들인다 해도 국내의 최고 두뇌들이 다투어 해외로 빠져나가려 든다면 정부의 야심찬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워진다.
중국의 손실은 미국에겐 큰 기회다. 이민자는 오랜 동안 미국의 경제와 혁신의 생명줄이었다. 한 세기 넘게, 우리는 모국의 어려운 상황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사실 미국 정부는 지정학적 적대국의 인재를 빼오기 위해 무척이나 공을 들였다. 예를 들어 20세기 중반, 우리는 (나치를 위해 일했거나, 나치에게 박해를 당했던) 독일의 과학자들을 대거 미국으로 데려왔다. 그런가하면 우리의 냉전 정책 중에는 소련의 ‘수퍼스타 빼돌리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다양한 방식과 미국에 들어온 후 생산적인 일꾼으로 변신한 고급 이민 인력은 미국의 자생적 근로자들을 양성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들은 미국의 경제적, 군사적, 지정학적 이익에 충실히 봉사했다. 게다가 라이벌 국가의 최고 인재들이 정착하기 원하는 1순위 국가라는 사실은 그 자체로 서구 민주주주의 가치를 선전하는 최고의 수단이 되었다.
또 다른 덤도 있다. 모두가 탐내는 인재를 데려온다는 것은 상대국가가 그의 재능을 더 이상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필자는 앞서 러시아의 두뇌 유출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중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정치인들이 중국에게 행여 추월을 당하지는 않을지, 중국 주도의 공급망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닐지를 전전긍긍하는 상황에서는 특히 그렇다.
라이벌 국가의 맹추격에 초조해진 워싱턴의 양당 의원들은 막대한 경비가 들어가는 새로운 산업정책을 지지하고 보호무역 조치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반도체나 배터리 제조에 제 아무리 많은 자금을 투입한다 해도 최첨단 시설을 짓고 운영할 인재가 부족하다면 헛일이 되고 만다.
지금 우리의 처지가 그렇다. 카토 인스티튜트의 연구원인 스캇 린시콤의 말을 빌리자면 “중국 매파가 되거나 이민 매파가 될 수 있지만 둘 모두가 될 수는 없다.”
지금 이 시각에도 불안감을 느낀 중국 전문인들과 사업가들은 싱가포르를 비롯한 타국으로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워싱턴은 그들의 재능을 끌어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예를 들어 일부 상원의원들은 감당하기 힘든 국가안보상의 위험을 이유로 미국에서 공부하길 원하는 중국 이공계 학생들에게 비자발급을 거부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중국계 학자들은 잦은 신변위협과 적대적인 정치적, 문화적 환경을 이유로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종신직을 내던진 채 떠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주 정부도 ‘적색분자 솎아내기’에 착수했다. 최근 플로리다는 중국 국적자들의 부동산 매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다른 일부 주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발의됐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다. 반면 중국은 점점 인력 유출 국가처럼 보인다. 한 가지 명백한 사실은 바로 지금이야말로 중국을 빠져나가는 ‘인적 자산’을 끌어들이기 위해 무리 모두가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는 점이다.
캐서린 램펠은 주로 공공정책, 이민과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워싱턴포스트지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이다. 자료에 기반한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램펠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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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