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태문의 팝송산책

2023-07-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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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rry Belafonte (2)

정태문의 팝송산책
“아침이 왔네. 아침이. 아침 햇살이 왔으니 난 집에 갈 수 있다네. 날이 밝으니 난 말한다네 아침이 찾아 왔다고. 럼주를 마시며 밤새 일했다네. 아침이 왔으니 난 이젠 집에 갈 수 있다네. 아침 햇살이 떠오를 때 까지 밤새 바나나를 배로 운반했어요. 아침이 왔으니 난 집에 갈 수 있다네. 검사원이 왔으니 집에 갈 수 있다네. 검사원이 바나나 수량을 검사하고 있다네. 6 피트, 7피트, 8 피트 펀치. 모두 잘 익은 바나나 펀치. 아침 해가 떠올라 왔으니 집에 갈 수 있다네. 날이 밝았으니 집에 갈 수 있다네.”

Banana Boat Song 의 가사 내용이다. 카리브 해역에 있는 자마이카 국가가 식민지 시절, 부두 인부들이 더운 날씨를 피해 야간 작업을 마치고 아침 해가 뜨자 이젠 집에 갈 수 있다는 기쁨을 담은 노래이다. 밤새 바나나를 배로 운반하는 작업을 끝내고 피로에 쌓인 인부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Work Song이었다. Harry Belafonte는 1956년 이 노래를 다듬어 세상에 내놓아 일약 국제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이 노래의 생명력은 67년이 지난 지금도 프로 스포츠 스타디움에 가면 홈팀 응원가로 자주 인용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Harry Belafonte 의 인지도는1959 년과 1960 년 사이 뉴욕에 있는 카네기 홀의 콘서트 실황을 녹음한 음반 ‘Harry Belafonte At Carnegie Hall’ 이 발매된 이후Calipso 음악과 함께 전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한번 들으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 멜로디, 고된 노동의 아픔 속에 탄생된 Calipso 음악은 모두의 아픔이었다. 그리고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여 지금도 그 여운이 이어지고 있다. 콘서트에서 12분 42초 동안 노래한 ‘Matilda’ 는 1960 년대 방송국, 음악감상실 디제이들의 구세주 역할을 담당했다. 근무 도중 갑자기 몸의 이상을 느낄 때, 물이 마시고 싶어질 때, 잠시 브레이크 타임을 가지고 싶을 때 사람들은 이 노래를 턴 테이블에 올려 놓고 휴식을 가졌다. 필자도 현역시절 이 음악을 유용하게 사용하였다. 당시의 음악들은 대개 2분 22-35 초 인데 반해 이 곡은 무려 6배 가량 길어 긴급할 때 전가의 보도 처럼 이용했던 기억이 새롭다. 실황 앨범에는 Cotton Fields, Jamaica Farewell, Hava Nagila, Danny Boy, Shenandoah, Cucurrucucu Paloma, Babana Boat Song 등이 수록 되어있다.


‘Shenandoah’ 는 국내의 모든 연령을 불문하고 열렬히 애창 받았던 노래이다. 멜로디 자체가 한국인들의 정서에 잘 맞아 오랫동안 우리들 곁을 함께 했었다. ‘Danny Boy’ 는 도입부 부터 반주없이 시작하여 노래 끝 부분에 가서야 현악 부분이 조용히 따라오는 기법을 사용하여 노래 내내 청중들이 고요함 속에 그의 뛰어난 음성을 마음껏 감상 할 수 있도록 배려한 부분이 눈에 띤다. ‘Cucurrucucu Paloma’는 들으면 그의 무한한 역량을 느끼게하는 곡이다. 애절하게 품어내는 그의 보컬 테크닉을 들으면 경이감이 느껴진다. 그 어떤 다른 가수가 이런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 누구도 없을거야 하는 생각이든다. 원래 1954년 Thomas Mendez가 처음 노래해 멕시코내에서만 알려졌지만 Harry Belafonte가 노래한 후 전세계적으로 각광을 받았다. ‘Cotton Field’ 는 한 두번 들으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어 청소년들이 기타 치면서 좋아했었던 노래였다. 칸추리 송의 경쾌한 리듬이 담겨있어 학창시절 애창곡 중의 하나였다.

‘Carnegie’ 콘서트 앨범에 수록된 곡 중의 하이라이트는 ‘Matilda’ 이다. “마틸다. 마틸다 그녀는 나의 돈 500달러를 훔쳐 베네수엘라로 도망 갔다네. 내 베게 속에 숨겨둔 돈 500달러와 함께 그녀는 베네수엘라로 도망갔어요. 난 이제 친구도 돈도 없어요. 마틸다 마틸다 그녀는 내가 집을 살 돈을 훔쳐 베네수엘라로 갔다네. 마틸다. 마틸다.” 노래 자체는 사랑하는 연인이 집을 사기 위해 평생 모은 돈을 훔쳐 도망간 Matilda를 노래한 슬픈 가사 내용 이지만 Harry Belafonte는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청중들에게 후렴을 함께 하도록 유도하여 콘서트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었다. 이 후 부터 그의 콘서트의 대표곡은 ‘마틸다’ 몫이 되었다. 원래 영화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기에 필요한 경비 조달을 위해 시작한 노래 경력이 오히려 영화 배우보다 더 성공하여 팝 역사상 한축을 이루었다. 한편으론 그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 오래만에 그의 음반 중 ‘Matilda’ 를 들으면서 그의 발자취를 새겨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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