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인종차별적 입학정책에 대한 6월29일 대법원의 위헌판결은 대학을 비롯한 각급 학교들의 학생선발 과정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정부기관이나 단체, 회사 등의 고용정책에도 법적분쟁의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비영리 보수단체인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이 아시아계와 백인계 학생들에 대한 차별적 입학정책을 겨냥하여 2014년 시작한 긴 법적대결이 9년 만에 종결되었다. 케네디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1961년에 시작된 어퍼머티브액션에 근거하여 소수계 지원자들에게 특혜를 주었던 대학입학 정책은 계속 법적분쟁의 대상이 되어왔었다. 일정한 정원 안에서 특수 인종을 위한 특혜는 다른 인종에게 불이익이 될 수밖에 없었고 불이익을 당한 측은 당연히 법에 의한 판결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1971년 입학을 거절당한 백인학생이 워싱턴주립대학 로스쿨을 상대로 제소한 케이스를 시작으로 어퍼머티브액션은 여러 주와 연방 법정에서 거듭 도전을 받아왔다. 1996년 주민투표를 거쳐 주법으로 결정한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하여 미시간, 플로리다, 워싱턴, 애리조나 등 9개 주는 이미 주립대학들의 어퍼머티브액션 입학정책을 금하고 있다.
대법원이 내린 최근 판결은 어퍼머티브액션으로 그동안 특혜를 받아왔던 특정 소수계 학생들의 우수대학 입학률을 크게 하락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캘리포니아에서 어퍼머티브액션 입학정책이 금지된 후 명문인 UC버클리와 UCLA의 흑인계와 라틴계 학생들의 입학률이 40퍼센트나 떨어졌다.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와 진보단체들은 보수성향의 대법관들이 수십년 동안 지켜져 온 판례를 뒤집었다고 비난하고, 제도적인 인종차별이 아직도 존재함을 강조하면서 소수계의 보호를 통한 대학의 다양성 유지를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다짐했다.
로버츠 대법원장도 판결문에서 대학인구의 다양성의 중요함을 인정하고 동 판결이 대학입학 결정과정에서 인종적 고려를 금지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입학지원자의 인종 자체가 독립적인 평가기준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되지만 타고난 인종이나 환경으로 인한 개인적 경험을 고려함으로써 캠퍼스의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클래런스 토마스 흑인 대법관은 어퍼머티브액션 혜택으로 예일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자신이 느끼고 경험한 자각심과 자신에 대한 사회적 인식처럼 심한 차별은 없었다고 말하고, 어퍼머티브액션을 비롯한 소수계 특혜를 없애는 것이 인종차별을 없애는 길임을 주장했다.
어퍼머티브액션에 의한 입학정책 금지 자체로 아시안 학생들의 명문대 입학율이 증가할 것이다. 실제로 하버드의 아시안계 학생들에 대한 차별적 입학정책에 대한 소송이 시작된 후 아시안 학생들의 하버드 입학율이 서서히 증가되어왔다.
그러나 아시아계 학생들, 특히 한인 학생들은 부모들이나 조부모들이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국 땅에서 아메리칸드림을 실현하기 위해 쏟아 부은 피땀 어린 노력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혹은 함께 경험하면서 느끼고 배운 교훈이나 각오를 에세이나 이력서 등에 잘 반영하여 명문대학 입학률을 더욱 높이고 대학캠퍼스의 진정한 다양화에도 더욱 기여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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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춘 미 교육과학원 전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