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늘어난 감기 탓? 자녀가 귀를 자주 만지면 ‘중이염’ 의심해야

2023-06-20 (화)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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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생활하면서 바이러스로 인한 세균 감염이 적다가 최근 마스크를 벗게 되고 외부 활동이 많아지면서 드물었던 급성 중이염 환자가 늘고 있다.

급성 중이염은 귀 고막 안쪽 공간 중이(中耳)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돼 급성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대부분 감기 후유증으로 발생한다. 유·소아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감염 질환 중 하나다. 3세 이하에서 60% 정도가 한 번 이상 걸린다.

급성 중이염 발생 원인은 상기도 감염, 즉 감기다. 목이나 편도, 코 염증이 코와 귀를 연결하는 이관(耳管)을 따라 귀로 번지면서 발생한다.


어느 나이에서든지 급성 중이염이 발생할 수 있지만 유·소아에게서 매우 흔히 발생한다.

유·소아의 이관이 아직 구조적으로 염증을 잘 막지 못하고, 유·소아가 어른보다는 자주 감기에 걸리기 때문이다.

알레르기성 비염 등 알레르기 질환이 있거나, 젖병을 물고 자거나, 간접 흡연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흔히 발생한다. 이 때문에 “약을 달고 산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급성 중이염의 가장 흔한 증상은 귀 통증이다. 감기가 걸린 상태에서 귀 통증이 느껴진다면 급성 중이염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최정환 인제대 상계백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는 아이가 귀 주변을 만지거나, 평소와 다르게 심하게 보채면서 먹지 않으려 하거나, 잠을 자지 않는 증상이 있으면 중이염을 의심해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귀를 진찰받아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염증이 심하면 열이 나기도 하고, 심한 경우 고막이 터지면서 귀 밖으로 노란 고름이나 피 고름이 흐르기도 하는데, 이때는 오히려 통증은 줄어들 수 있다”며 “이 밖에 청력 저하, 귀 울림, 귀 먹먹함을 동반할 수 있다”고 했다.

급성 중이염은 귀 속을 볼 수 있는 이경(耳鏡)이나 귀 내시경으로 고막과 외이도를 관찰하고 특징적인 발적(發赤)이나 고막 팽창 등 염증 소견으로 진단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진단을 위해 고막 움직임 검사 등 몇 가지 청력 검사를 추가로 받기도 한다.


최정환 교수는 “급성 중이염으로 진단되면 열이 나거나 통증이 심하면 10일 정도 항생제와 진통제를 투여한다”며 “수포성 고막염이라면 통증이 극심한데, 가능하다면 고막을 절개해 염증을 배출해 통증을 조절하기도 한다”고 했다.

치료 과정에서 며칠 간격으로 항생제 반응 정도와 병 경과를 관찰하는데, 호전되지 않고 열이 계속 나거나 통증이 지속되면 항생제를 바꾸거나 심하면 항생제 정맥 주사할 수도 있다. 급성 중이염 이후 삼출성 중이염이 연속되는 경우가 흔하므로 고막과 중이의 소견이 정상이 될 때까지는 이비인후과 전문의 진찰을 받는 게 좋다.

이 경우에는 다른 염증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항생제를 계속 복용할 필요는 없지만, 반복적으로 열이 나거나 통증을 일으키는 급성 중이염이 재발해 항생제를 또 복용하게 되기도 하고, 동반된 다른 염증으로 약물 투여를 종종 반복하게 된다. 3개월 내 대부분 고막 내 삼출액은 없어지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난청이 지속되어 청력 호전이나 중이염 재발을 대비해 필요에 따라 고막을 절개하고 환기관을 삽입하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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