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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찬 노동시장의 비밀…“이민자들의 귀환”

2023-06-14 (수)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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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가 5월 한 달 동안 33만9,000개의 일자리를 추가하며 이번에도 월가의 전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노동시장이 월가의 고용전망을 추월할 것은 지난 14개월 사이에 이번이 13번째다.

사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단순한 경기둔화가 아니라 본격적 침체가 조만간 들이닥칠 것이라고 지난 1년간 줄기차게 경고했다. 하지만 노동시장은 침체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경제가 예상보다 잘 나가는 이유가 뭘까? 바꿔 말해 경제가 지속적으로 저평가된 이유가 뭘까?

민주당을 주축으로 한 진보 진영은 지나치리만큼 비관적인 언론과 바이든 대통령의 실패를 적극적으로 응원하는 공화당 탓이라고 주장한다. 책임 소재를 누구에게 돌리건 간에 경제상황에 관한 정확한 지수와 수치를 뽑아내는 것을 주업으로 삼는 월가의 전문가들이 동일한 사안에 대해 계속 헛다리를 짚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알다시피 월가는 약자를 동정하고 이해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냉철한 집단이다.


필자는 앞서 이와 관련한 몇 가지 가설을 소개한 바 있다. 오늘은 노동시장의 예상치 못한 강세를 주도하는 두어 가지 요인에 초점을 맞춰보자. 여기서 필자가 말하려는 대상은 노동시장에서 과소평가됐던 두 그룹, 즉 이민자와 여성이다.

팬데믹 초기에 이민은 급감했다. 국경은 폐쇄됐고, 트럼프 행정부는 “공중보건 비상상황”을 빌미삼아 MAGA 팀이 오랫동안 갈망했던 합법이민 목조르기에 나섰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이민담당 기관의 지속적인 업무지연으로 이미 입국한 합법 이민자들의 취업이 한동안 어려웠다. 그러나 그 이후 행정적 장애물은 거의 모두 제거됐다.

오늘날 합법이민 추세는 대체로 정상을 되찾았고, 미국 내 이민 노동자들의 수 역시 팬데믹 이전보다 늘어났다. 노동시장 자료도 이를 뒷받침한다. 토박이 미국인들의 고용수준은 팬데믹 침체가 시작된 2020년 2월에 비해 0.3% 가량 높아졌다. 반면 외국태생 근로자들의 고용은 9.3%의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했다.

사실 이민자들이 차지하는 노동시장 점유율은 전체 고용의 1/5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이들은 (주로 나이든) 토박이 미국인들이 남기고 떠난 공백을 빈틈없이 채우면서 팬데믹 이후의 경기회복에 크게 기여했다. 이민 증가는 다른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경제 분석 전문가들이 개선된 이민시스템이 가져온 긍정적 영향을 경기 예측모델에 반영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들의 몫 이상을 해낸 예상외의 그룹이 또 있다. 바로 여성들이다. 2020년에 나돌던 이른바 “쉬세션”(shecession)에 관한 이야기를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쉬세션은 여성(she)과 경기침체(recession)의 합성어로 팬데믹이 불러온 경기침체로 인한 여성의 대량실직을 뜻한다.

여성들이 겪은 고용충격은 두 가지 요소가 결합한 결과이다. 요식업이나 미장원처럼 대중과 직접 접촉해야하는 코비드 민감 업종은 주로 여성을 고용한다. 식당과 미장원등 대중서비스업은 코비드로 직격탄을 맞았고, 상당수의 여성이 일자리를 잃었다. 또한 학교와 탁아시설이 폐쇄되면서 자녀를 둔 직장 맘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필자를 포함한) 일부 평론가들은 코비드가 불러온 노동시장 혼란으로 이른바 “경단녀”(경력단절 여성)들이 속출하면서 직장여성들이 한 세대 이전의 위축된 고용상황으로 되돌아갈 것으로 우려했다. 그러나 3년 후의 실제 상황은 정반대였다.

대학졸업과 은퇴 사이의 “근로 적령기”에 속한 25-54세 연령대의 여성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살펴보자. 노동인력과 취업인구에서 이 연령대에 속한 여성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역대 최고치에 해당한다. 팬데믹 기간에 숱한 여성들이 슬픔과 상실을 경험하고 극도의 피로감에 시달렸지만 여성근로자들의 상황은 코비드 이전에 비해 오히려 호전됐다.


남성의 경우는 다르다. 노동인력에서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여성에 비해 여전히 높다. 하지만 노동인구 가운데 주요 근로연령대에 속한 남성의 비율은 2020년 2월의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물론 역대 최고점에서는 멀찍이 떨어져있다.

추가 감원과 경기침체 등 수개월째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비관적 경기예측이 완전히 틀린 게 아니라고 걱정할만한 이유도 분명 존재한다. 월가의 예측이 틀린 게 아니라 다소 성급하게 나온 것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의 부정적 예측은 부분적으로 가파른 금리인상과 우리가 최근 목격한 긴축재정의 복합적 산물이다. 역사적으로 이 같은 요소들은 늘 경기침체를 불러왔다. 아직까지 우리가 이들의 온전한 영향을 보지 못한 것뿐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사실 금융 스트레스 기미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설사 전문가들의 예상이 조만간 현실로 나타난다 하더라도, 팬데믹 위기 속에서 국가 경제에 힘을 불어넣는데 크게 기여한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자.

캐서린 램펠은 주로 공공정책, 이민과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워싱턴포스트지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이다. 자료에 기반한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램펠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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