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000만달러 다단계 사기’ 60대 한인 체포

2023-06-06 (화) 석인희 기자
작게 크게

▶ 암호화폐·외환 ‘고수익 보장’ 투자 현혹

▶ 은퇴자·지인 등 가입 400여명 피해 주장, 김모씨 중절도 등 혐의 조지아주서 기소

미주 한인사회에서 피해 규모가 최대 1,000만 달러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다단계 금융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60대 한인이 체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기용의자는 미 동부와 남부를 중심으로 인터넷 투자회사를 운영하면서 암호화폐와 외환투자를 통해 엄청난 고수익을 올려주겠다고 현혹하며 현금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데, 한인 피해자들이 조지아주 애틀랜타 지역과 워싱턴 DC 지역에서부터 LA와 뉴욕에서도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조지아주 귀넷 카운티 셰리프국에 따르면 한인 김모(61)씨가 5건의 중절도 혐의로 체포돼 지난달 27일 귀넷 카운티 구치소에 수감됐다. 지난 1년여 간 김씨의 사기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여온 귀넷 카운티 셰리프국은 캘리포니아에서 체포된 김씨의 신병을 인도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피해자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뉴욕 출신의 김씨는 캐나다에 본사를 둔 인터넷 투자회사 CMP(Club Mega Planet)의 멤버로, 투자 한인들에게 자신이 CMP를 직간접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CMP가 안정적인 금융회사로 비트코인, 주식, 외환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CMP 투자자들 사이에서 ‘탑 리더’ ‘매니저’ 등으로 불린 김씨는 주로 컴퓨터와 인터넷을 잘 다루지 못하는 한인 시니어와 은퇴자, 자영업자들에게 접근해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를 권유한 뒤 이른바 다단계 방식으로 회원들을 늘려나갔다는 것이다.

조지아주에서 주로 활동하던 김씨는 이같은 방식으로 지난 2020년 6월 워싱턴 DC 지역 메릴랜드 한인사회에, 그해 9월에는 버지니아 한인사회에도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모두 지인들을 통해 투자를 하다 보니 어디에 돈을 투자하는지도 모르고 믿고 맡기는 방식을 취했으며 계약서도 없이 투자했다고 한다.

하지만 CMP는 지난 2021년 6월 갑자기 문을 닫아 한인들이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태다. CMP 웹 사이트는 지난 2019년 9월17일 만들어졌으나 현재 웹은 폐쇄된 상태이며, 유튜브에서 ‘Club Mega Planet’이라고 치면 소셜 트레이딩(Social Trading)이라는 용어로 비즈니스 모델만 소개하고 있다.

이같이 CMP 웹사이트가 폐쇄된 이후 워싱턴 DC와 애틀랜타 등 지역의 한인 피해자들은 ‘CMP 다단계 금융사기 대책위원회’를 결성, 투자 원금을 돌려 받지 못하고 있다며 당국에 수사를 요청할 결과 귀넷카운티 셰리프국이 수사에 나섰고, 약 1년만에 김씨가 체포된 것이다.

지난해 대책위원회를 결성한 피해자들은 당시 애틀랜타 지역에서만 투자자가 400명이 넘고 피해액이 1,000만 달러 이상일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또 버지니아주 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당시 “총 7만5,000달러를 투자했는데 그중 2,500달러만 돌려받아 피해액이 7만2,500달러”며 “2020년까지만 해도 1만5,000달러를 투자했는데 이후 더 많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대박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6만 달러를 더 투자했다가 큰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변호사에 따르면 주식을 인터넷상에서만 거래를 하더라도 등록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제가 이용한 회사는 등록 자체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피해 한인도 “1만 달러를 맡기면 한 달에 2,000달러씩 2년 동안 주고 또 다른 사람을 소개하면 투자금액의 20%를 준다고 하는 등 고수익이라고 해 가입했는데 결국 1만2,000달러를 날렸다”고 주장했다.

한편 귀넷 카운티 법원은 도주의 위험을 이유로 김씨에 대한 보석 신청을 허가하지 않아 김씨는 카운티 구치소에 수감된 채 오는 7일 법정에 출두할 예정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석인희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