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시대마다 부모를 긴장시키는 “부기맨”은 늘 존재했다. 부기맨은 아이들에게 겁을 줄 때 어른들이 흔히 들먹이는 무시무시한 가상의 “악마”를 뜻한다. 오늘날의 부기맨은 동네 도서관의 사서다.
전국적으로 어린이에게 유해한 서적을 대여하는 학교와 도서관 직원을 형사 처벌하는 주 정부가 늘고 있다. 이미 전국 50개주는 미성년자를 상대로 음란물을 배포하는 행위를 법으로 다스린다. 그러나 교육자의 경우 어린이에게 성교육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달려 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최소한 다섯 개 주가 음란물 배포와 관련해 도서관 사서, 교육자, 혹은 출판사에 형사 처벌을 가하는 법을 연달아 제정했다. 또 다른 15개 주도 이와 유사한 법안을 주 의회에 상정했다. 이에 따라 “게이 펭귄” 그림책을 제공한 도서관 사서는 호된 벌금형과 실형에 처해질지 모른다는 현실적인 두려움을 갖게 됐다. 새로 마련된 법이 “유해” 도서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반자에 대한 벌금은 노스다코타주의 경우 최고 1만 달러, 최고 형량은 오클라호마주의 10년이다.)
우리는 이미 플로리다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도서금지법의 “냉각효과”를 목격한 바 있다. 플로리다주의 2개 카운티는 “포르노” 혹은 인종관련 도서에 대한 심사가 끝날 때까지 교실 내 서가를 휘장으로 완전히 가리라고 교사들에게 지시했다. 국제 펜클럽(PEN)의 집계에 따르면 최소한 일시적으로 금지된 도서 목록에는 흑인 야구선수 행크 아론의 자서전과 최근 악명을 얻은 동성애 펭귄 그림동화 “And Tango Makes Three,” 토니 모리슨의 “블루이스트 아이즈”(Bluest Eye) 등이 포함됐다.
도서관을 겨냥한 형사법은 사회적 이슈를 다룬 서적, 때론 사회 정의에 지나치게 둔감한 서적으로 인한 도덕적 부패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려는 최근 몇 년간의 노력과 맞물려 있다.
불과 몇 년 전, 공교육계의 담론은 세계 2차 대전 당시의 유대인 게토와 미국의 KKK단 등 불편한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자료에 학생들을 노출시키는 것이 온당한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옳지 않다”는 반대의견은 주로 진보진영에서 나왔다. 진보주의자들은 이같은 자료가 어린이들에게 역사적으로 주변화된 그룹에 대한 불편한 느낌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도서관협회에 따르면 2020년에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금서 지정 요청을 받은 책은 “앵무새 죽이기”였다. 인종비하적인 욕설이 많이 등장한다는 이유에서다.
한때 “안전 공간”과 “사전고지” 등을 요구한다며 진보주의자들을 조롱하던 정치인들이 지금은 “헤더의 두 엄마”를 읽는 후 받게 될 잠재적 충격으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외친다. 한때는 학생들을 성소수자라고 꾸짖던 사람들이 이제는 게이 캐릭터로 뮤지컬 무대에 서거나 사춘기 참고문헌에 접근하기엔 아이들이 너무 여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시스템에 어린이들이 인종주의나 성정체성에 관한 서적을 어떻게 소화할 것이냐는 난상토론보다 우리의 교육시스템을 좀먹는 더욱 기본적인 문제는 어린이들의 텍스트 처리, 즉 문자해독 능력 하락이다.
서베이에 따르면 부모들은 팬데믹 동안 차질을 빚었던 학교 교육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하버드, 스탠포드, 다트마우스, 존스 홉킨스 및 읽기평가 전문 업체인 NWEA에 따르면 지난 봄 현재, 학생들의 학업능력은 팬데믹 전에 비해 수학의 경우 평균 1년 반, 읽기능력은 1/3년가량 뒤처졌다.
코비드 이전에도 미국 교육시스템은 다른 국가들에 상대적 우위에 서지 못했다.
전국 학업능력 순위 49위를 기록한 오클라호마주의 공립학교 최고위 책임자는 컴퓨터 과학 교과과정에 “다양성”이라는 단어 사용을 금지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지나치게 “사회적으로 의식화된”(woke) 어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플로리다의 분위기를 알려주는 사건도 있다. 이번 달 학생들에게 디즈니 영화를 보여준 플로리다주의 과학교사가 조사를 받고 있다. 생태계 교육에 도움을 주는 영화가 아니라 게이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를 틀어주었다는 이유에서다.
문화전쟁이 학습계획안뿐 아니라 도서관 사서에게까지 확대됐다는 것은 낙담할만한 일이다. 도서관 사서들은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이른바 문자 해독력을 촉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사서는 대단히 진지하고 때론 당혹스런 학생들의 질문에 답해줄 책, 영화, 정기간행물과 온라인 자료를 안내해준다.
아마도 사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자료의 신뢰성을 비판적으로 판단할지 가르쳐주는 것일 터이다. 여기에는 도서관 서가에 꽂힌 두꺼운 책뿐 아니라 부모가 엄격히 통제하는 틱톡과 레딧의 광활할 서부에서 찾아낸 자료까지 포함된다.
필자를 구세대라 불러도 좋지만 지금 우리는 아이들이 무엇을 읽을지 제한하는 대신 읽기 능력을 키우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한다.
캐서린 램펠은 주로 공공정책, 이민과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워싱턴포스트지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이다. 자료에 기반한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램펠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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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