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달라스 교외에서 대형 총격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필자는 영국 방문을 위해 출국하던 중이었다. 런던 도착 후 필자는 일론 머스크의 로켓을 타고 다른 항성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텍사스 주 알렌에서 일어난 이번 사건의 희생자까지 합하면 올해 미국의 총격사건 사망자 수는 1만 5,000명을 헤아린다. 집계가 완료된 마지막 해인 2021년의 경우 총기관련 사망자는 4만 8,830명이었고, 이 가운데 2만 958명이 총격사건으로 목숨을 잃었다.
반면 2019년, 영국과 웨일즈의 총기 살인사건 희생자는 31명에 불과했다. 인구 격차를 감안해 인구 10만 명당 총격사건 희생자로 따져보아도 미국 쪽 수치가 100백배나 높다.
총기를 이용한 자살건수도 충격적이긴 마찬가지다. 2021년 한 해 동안 2만 6,328명의 미국인이 총기를 이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국에서는 자살을 선택한 사람들의 절반이 총기를 이용한다. 이에 비해 지난 2019년, 자살로 삶을 마감한 영국인은 총 117명이었고 이 가운데 총기가 자살도구 이용된 사례는 극소수였다. 세계인구의 4%를 차지하는 미국에서 총기를 이용한 자살사건의 44%가 발생한다.
영국은 미국의 유용한 비교 대상이다. 문화적 측면에서 영국은 미국의 가장 가까운 친척이다. 영국의 식민지에서 출발한 미국은 개인주의, 권리와 자유를 중시하는 강력한 전통을 물려받았다. 미국 남부 일부지역의 폭력적인 변종 문화도 사실은 스코틀랜드-아일랜드의 전통에 기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총기폭력에 관한 한 지금의 영국은 다른 선진산업국들과 대등한 위치에 서있다. 반면 미국은 아예 다른 항성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미국처럼 자유와 권리를 중시하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인지 영국 역시 총기폭력과 총기난사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사실 영국의 총기규제는 1987년과 1996년 헝거포드와 던블레인에서 발생한 두 건의 대형 총격사건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던블레인 사건은 네 자루의 권총과 743발의 실탄으로 무장한 남성이 스코틀랜드의 초등학교에 난입하면서 시작됐다. 이 남성은 학생들로 가득 찬 체육관에서 총기를 난사해 17명을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두건의 끔찍한 사건을 계기로 보수당 정부는 총기사용을 크게 제한하는 총기관리 법안을 연이어 통과시켰다. 1997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토니 블레어 총리 집권 후 노동당은 총기관리법을 더욱 강화했고, 지금은 자동 및 반자동화기와 권총 소지가 영국 전역에서 거의 완전히 금지된 상태다. 영국은 일반인이 소지한 무기를 정부가 사들이는 바이백 프로그램을 실시했고, 지난 25년간 총기폭력사건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1996년에 발생한 끔찍한 총기난사 사건에 충격을 받은 호주도 영국과 유사한 총기 금지조치를 취하는 한편 바이백 프로그램을 적극 시행했다. (이 역시 보수당 정부가 주도했다.) 그 결과 호주의 총격살인과 총기를 이용한 자살은 눈에 띨 만큼 줄어들었다.
비영리기관인 “에브리타운 포 건 세이프티”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총기를 강력히 규제하는 주는 총기폭력으로부터 훨씬 안전하다. 예를 들어 전국에서 가장 강력한 총기 규제법을 마련한 뉴욕 주의 총기관련 사망률은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돈다. 전체적으로 총기관련법이 가장 느슨한 주의 총기관련 사망률은 뉴욕처럼 관리가 잘 된 타주에 비해 세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비영리 기구인 네이션후드 랩은 딥 사우스(남부의 아래쪽 지역) 주민들에 비해 북동부지역 거주민들은 총격사건에 노출되거나 총기를 이용해 자살할 확률이 낮다고 전했다.
일리노이처럼 강력한 규제법을 갖고 있으면서도 인접주의 느슨한 총기관리로 큰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주도 더러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 현상도 목격된다. 뉴햄프셔 같은 주는 총기관리가 느슨하지만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이웃 주들로 인해 총기사망률이 낮은 편이다.
공화당 소속인 그레그 애봇 텍사스 주지사는 알렌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자 예상대로 진부한 반응을 내놓았다. “사람들은 빠른 해법을 원하지만 장기적으로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애봇의 말은 앞뒤가 바뀌었다. 정신건강 타령이야말로 가장 빠른 “비해법”이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미국의 정신건강 문제가 영국에 비해 100배나 심각해야 맞다. 미국의 총기폭력 발생률은 다른 선진국들의 평균에 비해 18배나 높다. 그렇다면 미국의 정신장애자 비율 역시 그들의 18배나 된다는 것인가? 텍사스의 총기관련 사망률은 뉴욕에 비해 세배에 달하지만 그렇다고 텍사스의 정신질환자들의 수가 뉴욕에 비해 세배나 많은 것은 아니다.
이런 모든 통계는 미국의 총기사건에 대한 우리의 감수성을 무디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대중적 각성을 위한 충격요법 삼아 마지막으로 통계를 사용해보자. 미국에선 매일 200여명이 총기사고로 부상을 당한다. 또한 하루 120명이 총격을 받고 숨지는데 이들 가운데 11명이 어린이와 10대다. 안타깝게도 총기사고가 미국 어린이들의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한다. 우리가 정신을 차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 내일도, 그리고 모레도 미국에선 120명이 총에 맞아 숨질 것이다.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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