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성 우울증’으로 봄철에 ‘극단 선택’ 30% 발생
“하루에도 몇 번씩 괜스레 울적하고 이유 없이 눈물이 난다.”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이처럼 ‘계절을 타는’ 사람이 주위에 적지 않다.
특정 계절이 되면 유독 무기력해지는 것을 ‘계절성 우울증(계절성 정동장애)’이라고 한다. ‘봄 우울증’은 봄철을 맞아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이들과 달리 자신만 외로움을 느끼고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증상이다. 100명 중 10~25명 정도가 계절성 우울증을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울증이 발생하면 대개 식욕이 줄거나 잠을 자지 못해 몸무게가 빠지지만, 계절성 우울증은 식욕이 늘고 살이 찌기도 한다. 무기력ㆍ소화불량ㆍ피로감 등을 호소하는 이도 있다.
계절성 우울증으로 일조량이 바뀌면서 호르몬 불균형을 일으켜 들뜨거나 짜증스러워지거나 기분 변화를 심하게 겪는 이들이 많다. 한편으론 우울하면서 기운이 나고, 다른 한편으론 우울하면서 충동적으로 바뀌어 자살률이 높다.
이처럼 봄철(3~5월)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급증하는 현상을 ‘스프링 피크(spring peak)’라고 부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2018년 자살자 10명 가운데 3명꼴로 봄철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한국 자살 현황 월별 자살 사망 통계(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자살 사망자 수는 3월이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6월, 4월 순이었다.
계절성 우울증을 극복하려면 단순히 특정 계절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계절성 우울증을 이겨내거나 예방하려면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갖는 게 도움이 된다. 생활 리듬이 깨지면 무기력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스트레칭이나 요가 같은 가벼운 운동으로 몸을 움직여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손보경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규칙적인 생활이 가벼운 우울감이나 무기력감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일정한 시간에 기상하고 낮잠은 되도록 피하며 낮 시간 가벼운 스트레칭 등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일과 중 틈틈이 밖에서 햇볕을 쬐는 게 좋다. 햇빛을 받으면 생성되는 멜라토닌 분비가 활발해지면 생체 리듬이 안정되기 때문이다. 한규민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계절성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하루에 1~2시간 산책하는 게 좋다”며 “햇볕을 쬐면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이 일정하게 분비되도록 돕는다”고 했다.
비타민 D가 풍부한 고등어ㆍ우유, 엽산이 풍부한 녹색 채소류 등을 챙겨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회적으로 고립될수록 기분이 가라앉기에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와 취미나 운동 등을 함께하는 것도 우울증 해소에 좋다.
다만 우울증을 술로 풀려고 하면 오히려 악화할 수 있어 삼가야 한다. 술을 마시면 도파민ㆍ엔도르핀 같은 호르몬이 분비돼 잠시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술기운이 떨어지면 다시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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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