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부유층을 쥐어짜는 것만으로는 필요한 재원을 만들 수 없다. 세금보고 주간에 듣고 싶은 말은 아니겠지만 지금 당신이 내는 세금은 지나치게 적다. 물론 대부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퓨 리서치센터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의 56%는 ‘정당한 몫’ 이상을 납부한다고 주장한다. 56%는 지난 30년간 퓨 리서치가 실시한 연례 서베이에서 나온 가장 높은 수치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이 현재 내는 세금이 과중한 수준인가? 최소한 한 가지 척도로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현실은 정반대다. 무거운 세금에 시달린다는 불평이 커지는 와중에도 세율은 대체로 떨어졌다.
연방 세율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에 서명한 감세법안 덕분에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문제의 감세법으로 부유층과 대기업이 가장 큰 혜택을 누렸지만 거의 모든 납세자의 세금이 줄어들었다.
비정파 단체인 세금정책 센터에 따르면, 세율, 주 및 지방세 공제상한액 등 모든 관련 규정까지 고려한다 해도 트럼프 감세법의 결과로 세금이 늘어난 가구는 전체의 5% 미만에 불과하다.
근년 들어 세 부담이 감소한 이유는 또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초반에 의회는 개별 납세자 코드를 통해 구제기금 직불 및 부양아동 세금공제와 같은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그 결과 연방소득세, 급여세, 소비세까지 포함한 2021년도 세금 보고액이 제로이거나 아예 마이너스로 떨어진 가구의 비중이 대폭 증가했다는 것이 의회 내 비정파 기구인 조세합동위원회의 설명이다.
미국인들이 세금부담에 관해 불만을 표시하는 이유는 현재 세율을 유달리 낮았던 팬데믹 초기의 세율과 맞비교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합당한 이유는 아닌 듯 보인다. 당시 실시된 여러 서베이는 임시 세제혜택과 구제금 지급이 시행중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세금 변화의 방향과 세금에 대한 미국인의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코비드-19가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이래 생계비는 눈에 띌 만큼 대폭 상승했다. 그것이 소비자들의 심리를 짓눌렀고, 세금을 포함한 모든 경비의 증가를 더욱 두드러져 보이게 만들었다.
세법 또한 지극히 불투명하다. 급여세 원천징수와 세법 조항들 사이의 복잡한 상호 간섭으로 인해 지불해야 할 세금이 늘었는지 줄었는지 꿰뚫어보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들로 세금 공정성과 액수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정치인과 세제 전문가가 던지는 메시지에 큰 영향을 받는다.
게다가 정치판의 세금담론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중요한 변화를 거쳤다.
수십 년 동안, 공화당 정치인들은 미 국민을 향해 (실질적인 세금수준에 상관없이) 그들이 부담하는 세금이 지나치게 높다고 이야기해왔다. 과거 10여 년 간 민주당 정치인들은 “세금을 걷어 쓰는데 급급한” 진보 정치인이라는 낙인이 찍힐까 두려워 이 문제에 관한 한 양보로 일관했다.
바이든과 같은 온건파에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와 같은 진보주의자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은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기본적으로 과중한 세 부담에 시달린다는 공화당의 견해에 동의했다. 민주당은 사회안전망을 확대하길 원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은 세수가 필요하다. 민주당은 ‘부유층’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안전망 확대에 필요한 예산조달이 가능하다며 숫자 짜 맞추기를 통해 원과 네모를 한꺼번에 그리는 불가능한 시도를 하려든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부자인가? 부유층은 눈에 거의 뜨이지 않을 정도로 드물다. 바이든은 연소득 40만 달러 이상인 가구만이 더 많은 세금을 감당할 여력이 있다고 강조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가계소득 최상위 3% 이내에 속하는 가구만이 ‘부유층’의 반열에 드는 셈이다. 반면 오카시오-코르테즈는 순자산 가치가 1억 달러 이상인 전체 인구의 0.03%만을 부유층으로 규정한다.
아쉽게도 돈이 주렁주렁 달린 돈 나무들의 세금만으로는 민주당이 원하는 프로그램의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 의회가 지난 회기에 승인한 사업의 예산 부족분을 채우기에도 턱없이 모자란다. 설사 예산을 수반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는다하더라도 미국은 앞으로 수 년 동안 엄청난 재정적자를 안고 가야 한다.
미국인의 조세 부담율은 다른 선진경제국들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우리보다 과세범위가 넓고 평균 세율도 높다.
극 부유층의 세금은 반드시 올려야 한다. 그러나 더욱 강력한 복지국가를 원하거나, 이미 약속한 복지국가의 수준을 유지하려면 나머지 대다수 납세자들도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한다.
캐서린 램펠은 주로 공공정책, 이민과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워싱턴포스트지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이다. 자료에 기반한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램펠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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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