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쟁력은 2류, 행정력은 3류, 정치력은 4류다.” 근 30년 전, 그러니까 1995년 삼성의 고 이건희 회장이 한 말로 전해진다. “그 때는 오히려 양반이다. ‘저질’이란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정치는 지금이 최악이다.” 한 국내 논객의 한탄이다.
‘정치의 양아치화’라고 할까. 이게 문재인 운동권 주사파 정권 출범에서 ‘이재명 방탄 민주당’으로 이어지는 기간 정치권이 보이고 있는 한 모습이란 지적이다.
‘양아치’는 동냥(구걸)을 하는 무리를 가리키는 ‘동냥아치'가 줄어서 생긴 말로 말투나 행동의 수준이 비열하고 천하며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못된 짓만 하고 다니는 사람에 대한 속된 표현이다. 정치권, 그 중에서도 야권의 행태는 딱 그 수준이라는 거다.
그 정황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 민주노총의 간첩 혐의다. 민노총 전^현직간부의 간첩행위가 거의 전천후로 이루어졌다는 관계당국의 발표다.
북한의 지령을 받은 게 100여 차례에 이른다. 민노총의 한 핵심간부는 평택과 오산의 미군기지안으로 들어가 주요시설과 장비를 촬영해 북에 넘긴 혐의도 받고 있다.
거기다가 청와대 등 주요시설 파괴에서 일장기 화형식 등 국내 정치투쟁까지 일일이 북으로부터 지령을 받아가면서 국내정치에 개입해 왔다는 거다. 그 간첩행위는 상상을 뛰어 넘는다.
그런데도 무덤덤하다. 그리고 매일 같이 쏴대는 북한의 미사일. 그 도발에 대한 반응도 그렇다. 미동(?)도 안한다고 할까.
그게 제도권 언론과 유튜브를 포함한 온갖 포탈을 통해 비쳐지는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그 뒤로 이런 소리도 들리는 것 같다. ‘요즘 대한민국에 빨갱이가 어디 있나요?’
이게 정상인가, 아니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일련의 전술적인 군사적 교전인 동시에 서방문명, 그 자체와 현재의 유럽 국가 시스템의 근본을 허물려는 전쟁이다.” 2년째를 맞고 있는 우크라이나전쟁에 대해 미국의 안보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가 내린 정의다.
푸틴은 이른바 '유라시아니즘(Eurasianism)'으로 자유민주주의 정치와 시장경제에 기초한 유럽의 질서를 대체하려고 들고 있다는 지적으로 그 유라시아니즘을 이 잡지는 다름 아닌 ‘러시아제국의 21세기 버전’으로 파악했다.
서방의 가치를 배격한다. 냉정한 전략적 계산에서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 ‘서방적인 것’이라면 무조건 혐오감을 느낀다. 러시아만이 아니다. 중국이, 북한이, 이란 체제가 그렇다. 그 유라시아니즘에 이들 권위주의 독재세력들이 동조하면서 우크라이나전쟁은 전 지구적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라시아대륙의 서부전선 우크라이나에서는 전통적 무기와 군사전술로 이뤄진 ‘키네틱 워(kinetic warfare)'가 전개되고 있다. 다른 한편 지구촌 곳곳에서는 민간인 전사들의 아이디어, 경제 전략을 둘러싼 전쟁과 ‘사이버 워(Cyber Warfare)가 이어지고 있다’- 내셔널 인터레스트지가 파악하고 있는 사실상의 3차 대전, 그 전쟁의 양상이다.
가치와 아이디어를 둘러싼 전쟁은 전 영역으로 확산되면서 그 전쟁은 서방 민주주의 국가 내에서도 전개되고 있다. 독소적 콘텐츠의 일부 앱(apps)을 통해 인종갈등 등 사회적 소요를 일으키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사회 전체를 분열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정황에서 테러의 정의도 달라지고 있다. 건물을 폭파하는 것은 물론, 교묘하게 위장된 사악한 내러티브를 흘려 자유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테러도 가능해진 것이다.
관련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인지전(Cognitive Warfare)’이다. 인간 두뇌의 취약성을 악용해 개인을 해킹하는 전쟁이라고 할까. 그게 인지전으로 가짜 뉴스 등으로 인간의 정신적 취약점을 자극해 의사결정 메카니즘을 변화시키는 전쟁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상식처럼 들리는 이야기에 이데올로기를 보일 듯 안 보일 듯 포장해 전체 사회를 세뇌시키려는 전쟁이다.
그 인지전이 어느 곳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곳은 우크라이나와 반대편 유라시아대륙 동부전선에 위치해 있는 대만이다. 그 방식은 이렇다. 이른바 ‘콘텐트 팜(content farm)’을 통해 온갖 가짜뉴스에, 괴담을 양산한다. 이를 웹 사이트를 통해 끊임없이 유포하고 기득권 언론(주로 친 중국공산당 매체)이 보도한다. 사실인 양.
다른 한 편 대만해협을 둘러싸고 베이징은 군사적 도발의 수위를 계속 높인다. 이를 통해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평화=굴복’이란 멘탈리티를 주입시키면서 ‘대만 판 남남갈등’, 더 나가 대만의 자유 민주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불신과 허무감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그 모습이 어딘가 낯설지 않다. 김정은은 계속 핵 도발을 해댄다. 주입시키고자 하는 것은 역시 ‘평화=굴복’이란 멘탈리티다. 그런 한 편 쉬지 않고 양산되는 게 온갖 가짜 뉴스에 괴담이다. 광우병에서, 천안함, 세월호, 그리고 최근의 줄리 소동, 정법도사 천공 스토리까지.
여기서 앞서 이야기로 되돌아간다. ‘정치의 양아치화’- 그 미필적 고의성의 궁극적 노림은 무엇일까. 정치적 환멸 극대화를 통한 자유 민주주의체제 대한민국의 정체성 파괴가 아닐까.
간첩이 우글거리는데도 불구하고 후렴처럼 들려오는 소리. ‘요즘 대한민국에 빨갱이가 어디 있나요?’ - 이는 문 정권 5년 동안 줄곧 전개된 베이징과 평양에, 주사파 합작의 인지전을 통해 이미 상당 부문 마사지가 된 한국 사회. 그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한민국 허물기 인지전은 더 치열해진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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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