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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장기채 수익률의 메시지

2023-03-28 (화)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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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은 1929년 주가 폭락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1929년 10월부터 11월 사이 다우 존스 산업 지수는 반토막이 났지만 다음해인 1930년 4월까지 낙폭의 절반을 회복했고 경기도 최악은 지났다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이를 무참히 무너뜨린 것은 은행의 줄도산 사태였다. 그 해 12월 뱅크런으로 문을 닫은 ‘US 뱅크’ 도산이 준 충격은 컸다. 가뜩이나 불안한 사람들을 패닉으로 몰고 간 것은 1931년 5월 오스트리아 최대 은행이자 황실 거래 은행인 ‘크레디트 안슈탈트’의 파산이었다. 유럽 최대 금융 재벌인 로스차일드가의 살로몬 마이어와 그 아들 안셀름이 1855년 세운 이 은행은 제1차 세계 대전에서 오스트리아가 패한 후 기울기 시작하더니 투자가와 예금주들의 뱅크런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았다.

유럽 최대 은행의 하나가 쓰러지는 것을 본 유럽인들의 불안은 극에 달했고 유럽 은행의 줄도산은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번져 1933년까지 미 전체의 1/3에 달하는 9,000개의 은행이 망했다. 이는 돈줄이 막힌 기업과 가계의 연쇄 파산을 초래했고 이것이 주기적으로 찾아오던 불황을 ‘대공황’으로 변모시킨 주원인이다.


‘크레디트 안슈탈트’ 파산은 정치적으로도 엄청난 파장을 가져왔다. 독일의 근본 문제는 유대인과 이들이 지배하는 금융업이라는 히틀러와 나치의 주장은 힘을 얻었고 그 결과 2년 뒤 히틀러는 합법적으로 집권에 성공한다. 1938년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합병하면서 ‘크레디트 안슈탈트’는 결국 독일의 대표 은행인 ‘도이체 방크’에 흡수된다.

‘실리콘 밸리 은행’(SVB)과 ‘시그니처 은행’ 도산에 이어 스위스 양대 은행의 하나였던 ‘크레디 스위스’의 인수 합병으로 번졌던 금융 불안이 이제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 방크’로 옮겨 붙었다. 지난 24일 이 은행 주식은 장중 한 때 15% 폭락했다 3% 하락으로 마감했는데 그래도 불과 한 달여 사이 40% 떨어진 셈이다. 이 은행 부도에 대비한 보험 파생 상품(credit default swap) 가격도 2020년 팬데믹 위기 이후 최고치로 솟아올랐다.

전문가들은 2008년 금융 위기 재발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지만 다음 불똥이 어디로 튈 지 아무도 단언하기 힘든 형편이다. 금융 위기가 재발한다면 그 진앙은 부동산 담보 채권(mortgage backed security)이 될 가능성이 크다.

SVB 도산의 근본 원인은 불과 3년 전 1%도 안되던 10년 장기 국채 수익률이 작년 10월 4.3%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채권 수익률이 올랐다는 것은 기존 채권의 가격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발행 채권 금리가 1%였는데 2%짜리 채권이 나오면 기존 채권 가격은 절반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 그래야 고금리 신규 채권과 같은 수익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유 채권 가치가 떨어지면서 은행 건전성에 의문이 일어났고 이로 인한 뱅크런에 당한 것이다.

그러나 SVB의 경우 정부 채권보다 MBS로 인한 손실이 인한 10배나 컸다. MBS도 다른 채권과 마찬가지로 장기 금리가 올라가면 가격이 내려가는데 30년 장기 모기지 금리가 3년 사이 2배가 넘게 뛰는 바람에 가치가 폭락한 것이다.

MBS 중에서도 주택이 아닌 상업용 빌딩 쪽은 더 심각하다. 주택은 요즘 하락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그 동안 워낙 올라 아직 에퀴티가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상업용 빌딩 채권은 재택 근무 확산으로 수요가 계속 주는 등 부실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024년까지 공실율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 은행이 가지고 있는 상업용 MBS 규모는 4,440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 2월 4.1%까지 올랐던 10년 만기 장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 주 3.37%까지 떨어졌다. 이제는 인플레보다 불황과 금융 위기에 대한 우려가 투자가 사이에서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 전체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면 기업은 투자를 꺼리고 은행은 융자를 까다롭게 해 돈 줄은 막히면서 신규 채용은 줄어들게 된다. 물가는 오르기 힘들어지고 취직도 어려워진다.

아직 미국 고용 시장이 탄탄하다고는 하지만 지난 1월 늘어난 50만개 일자리 중 주요 비중을 차지한 것은 식당과 호텔, 여행 관련 직종이었다. 그 동안 막혀 있었던 보복 소비 심리 덕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경기가 나빠지면 제일 먼저 줄일 비용이기도 하다. 이미 작년 팬데믹 지원 비용을 모아 쌓아 놓아 2조 달러에 달하던 미국인들의 초과 저축액은 올 1월 1조 달러로 줄어들었다. 이 돈도 연말까지 거의 소진될 전망이다. 최근의 장기채 수익률 하락은 내년 경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말해주고 있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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