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맞는 ‘노 마스크’ 봄이다. 황사·미세먼지까지 심해지면 더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다름 아닌‘천식(喘息)’ 환자다. 천식은 이전에는 어린이를 주로 괴롭혔지만 최근 환자의 절반 이상이 사춘기 이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연령대가 높아졌다. 다행스럽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고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천식 환자가 2019년 135만 명에서 2021년에는 66만 명대로 절반이 줄었다.
◇심한 일교차ㆍ미세먼지ㆍ꽃가루 등이 원인
천식(asthma)은 폐로 연결되는 통로(기관지)에 특정 유발 원인 물질로 인해 염증이 생겨 기관지가 심하게 좁아지는 질환이다. 숨이 차고 쌕쌕거리는 소리(喘鳴)가 나거나 발작적인 기침, 호흡곤란, 가슴을 죄는 답답함이 발생한다.
천식 발생 원인은 환절기 찬 공기, 대기오염, 꽃가루, 집먼지진드기, 곰팡이, 화학물질, 감기, 스트레스, 흡연 등 다양하다. 요즘같이 일교차가 심하거나 미세먼지가 많아지는 날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에 천식에 노출되는 사람 또한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모 중 한 명이 천식에 노출됐다면 40%, 부모 모두 앓았다면 70% 정도 유전된다. 최근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크게 늘면서 동물이 원인인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동물 알레르기는 동물 털에 의한 것으로 여기기 쉽지만 동물 비듬, 타액, 눈물, 오줌, 대변 등 다양한 물질이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흡입형 스테로이드 제제, 심각한 부작용 없어
기침이 한 달 이상 지속되거나 감기가 잘 낫지 않는다면 천식을 의심해 병원 진료를 받는 게 좋다.
천식은 기본적으로 폐 기능 검사로 시행한다. 메타콜린·만니톨 혹은 운동 유발 기관지 검사를 통해 천식의 특성을 파악한다.
안진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알레르기 성향을 알아보기 위해 혈액검사나 피부 시험을 통한 알레르기 검사를 시행하고 호기산화질소를 측정하기도 한다”고 했다.
천식 치료 목표는 폐ㆍ기관지 염증을 호전하고 천식과 동반되는 질환, 알레르기 비염, 부비동염 등을 치료하는 것이다. 치료법으로는 ▲원인 물질을 피하는 회피 요법 ▲증상을 조절하는 약물 요법 ▲면역 요법 등을 시행한다. 대부분 약물로 폐ㆍ기관지 염증을 호전하도록 하는 치료를 시행한다.
기관지 염증을 가라앉힐 때는 스테로이드 제제를, 좁아진 기관지를 빠르게 완화하려면 기관지확장제를 사용한다.
신종욱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천식 발작 증상 조절을 위해 사용하는 흡입형 스테로이드 제제는 온몸에 흡수가 거의 되지 않아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먹는 스테로이드 제제는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정도로 오래 쓰는 일이 드물고 스테로이드를 오래 써서 내성이 생기거나 저항성이 생기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했다.
천식 증상이 심하지 않지만 특정 알레르겐에는 심한 증상을 나타내는 알레르기 비염을 동반하면 알레르겐 면역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면역 요법은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피할 수 없을 때 3~5년간 항원 물질을 투여하는 방법이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을 극소량부터 시작해 조금씩 양을 늘려 투여해 과민 반응을 줄이는 치료법이다. 보통 30분 이내 이런 반응이 나타나므로 최소 30분 정도 병원에 머물며 반응을 관찰해야 한다.
회피 요법은 ▲침실에 천 양탄자나 두꺼운 커튼 쓰지 않기 ▲꽃가루가 많이 날리거나 공해가 심할 때 창문 닫기 ▲침대는 집먼지진드기 방지용 덮개로 싸서 사용하기 ▲플라스틱 혹은 나무 장난감 이용하기 등의 방법을 쓰는 것이다.
안진 교수는 “발작이 생겼을 때만 천식 치료하는 건 제대로 된 천식 치료법이 아니다”라며 “기도 염증이 호전되지 않으면 폐 기능이 영구히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천식은 기침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서 감기로 착각해 감기약만 먹는 환자가 많다”며 “그러면 치료 시기를 놓칠뿐더러 감기약에 천식 발작을 유발하는 물질이 첨가돼 있을 수 있어 반드시 전문의에게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성인 기관지 천식 환자의 5~10%는 아스피린이나 이와 유사한 소염진통제를 먹었을 때 발작을 일으킬 위험이 있기에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해열진통제를 복용하는 게 안전하다.
천식이 잘 조절되지 않을 때 심한 운동을 하다간 증상이 악화할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차고 건조한 날씨에 준비운동을 하지 않고 운동하면 매우 위험하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천식에 가장 좋은 운동은 수영이다. 주변 공기가 건조할 때 천식 증상이 심해지는데, 물에서 하는 활동은 기도를 촉촉하게 유지해 줘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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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