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엔데믹에도 LA 오피스 거래 ‘찬바람’

2023-03-24 (금)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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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판매액 전년비 76%↓, 스퀘어피트 가격 39% 하락

▶ 고금리 이자 부담 가중에 LA시 ‘맨센세’ 도입도 악재

엔데믹에도 LA 오피스 거래 ‘찬바람’

사무실 복귀가 지지부진해지면서 빈 사무실이 급증하자 LA 사무실 건물 시장에서 매매 규모가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침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로이터]

지난달 17일 LA 사무용 건물 시장의 침체 국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LA 다운타운의 대형 건물인 개스컴퍼니 타워와 777타워를 소유하고 있는 캐나다 투자그룹 브룩필드자산운용이 건물에 대한 대출금 상환을 포기하는 대신 부도를 내고 말았다. 사무실 공실률이 20%대를 넘어서고 고금리로 이자 부담도 커진 데다 건물에 대한 가치도 하락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그렇다고 사무용 건물 거래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보니 차라리 부도를 내는 쪽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LA 사무용 건물 시장에 냉기가 감돌고 있다. 코로나19의 엔데믹에도 불구하고 사무실 복귀가 지체되면서 공실률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서면서 사무용 건물 거래도 지난해에 비해 80%에 육박할 정도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부동산 거래 시장 침체에 4월부터 추가 양도세 부과 조치가 더해지면서 LA 사무용 건물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23일 부동산 시장조사업체인 야디 매트릭스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과 2월 사이에 LA에서 판매된 2만5,000스퀘어피트 이상의 사무용 건물 판매액은 1억5,400만달러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에 기록한 6억5,900만달러에 비해 76%나 급감했다.


사무용 건물 판매 건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매매 금액도 급감한 것이다. 이는 곧 스퀘어피트당 사무용 건물 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1월과 2월에 판매된 사무용 건물의 스퀘어피트당 가치는 254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20달러에서 39%나 쪼그라들었다.

사무용 건물 판매가 줄어든 것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올해 1월과 2월 전국에서 판매된 사무용 건물의 규모는 46억달러로 지난해 120억달러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LA 사무용 건물 판매 시장이 급격하게 냉각되고 있는 것은 사무실 공실률에 잘 드러나고 있다. 특히 LA의 사무용 건물 시장의 중심인 다운타운의 공실률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LA지역 경제개발위원회(LAED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LA 다운타운 내 사무실 공실률은 2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시기에 비해 1.5배나 높은 수준이다. LAEDC는 올해 LA 다운타운의 사무실 공실률이 23% 수준을 넘어서면서 침체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팬데믹 이후 확산된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사무실 복귀가 진해되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현실이 크게 작용한 탓이다. 여기에 빅 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이 실시되고 있는 것도 LA 사무용 건물 시장의 침체에 일조하고 있다.

LA 사무용 건물 시장의 침체에 기름 붓는 악재는 더 있다. 오는 4월부터 실시되는 일명 ‘맨션세’(mansion tax)라고 불리는 ‘주민발의안 ULA’이다. 지난해 11월 주민 찬반 투표에 부쳐 통과된 맨션세는 LA시 지역의 500만~1,000만달러 사이 부동산 거래에는 4%, 1,000만달러 이상에는 5.5%의 추가 양도세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추가 양도세를 부과하는 맨션세가 시행되면 LA 사무용 건물 소유주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시장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LA 사무용 시장이 급랭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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