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LB에 이어 WBC서도 투타 겸업 신드롬…대회 내내 미담도 쏟아져
▶ 결승 앞두고는 “오늘만큼은 미국 선수들을 동경하지 말자”며 명연설
일본 대표팀, 2023 WBC 전승 우승[로이터=사진제공]
일본 야구대표팀은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의 투구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시작했다.
일본의 2023 WBC 마지막 공도 오타니가 던졌다.
오타니의 마지막 공은 '세계 제일'을 목표로 출항한 일본 대표팀의 '전승 우승'을 확정하는 공이기도 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는 당연히 오타니의 몫이었다.
오타니는 22일(한국시간) 끝난 2023 WBC에서 타자로 7경기 타율 0.435(23타수 10안타), 1홈런, 8타점, 9득점, 10볼넷, 투수로 3경기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86으로 '투타 맹활약'했다.
서사의 마무리까지 완벽했다.
오타니는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미국과의 결승전, 에인절스 동료이자, 미국 주장, 현역 최고 타자인 마이크 트라우트를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삼진 처리하며 경기를 끝냈다.
경기장 안팎에서 좀처럼 감정을 드러나지 않는 오타니도 글러브와 모자를 집어 던지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오타니는 MVP를 수상한 뒤 "정말 꿈꾸던 곳이다. 매우 기쁘다"며 "(9회 등판했을 때) 긴장은 했지만, 다행히 실점 없이 경기를 마쳤다.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트라우트를 상대해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대표 선수들과 함께해 즐거웠다. 이제 각 팀으로 돌아가야 하니, 외로울 것 같은 기분도 든다"고 일본 대표팀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며 "일본뿐 아니라 한국, 대만, 중국 등 아시아, 전 세계 다른 나라에서도 야구가 더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 동력이 돼 우리가 우승할 수 있었다"고 WBC의 조연이었던 다른 나라 선수들의 마음마저 매만졌다.
이번 WBC 내내 일본뿐 아니라, 많은 야구팬이 오타니에게 열광했다.
일본은 2006년, 2009년 이후 세 번째 WBC 우승을 차지했다. 두 대회에서는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MVP에 올랐다.
일본에서는 투수 마쓰자카, 타자 스즈키 이치로 등 '야구의 아이콘'으로 불리고, 미국에서도 화제를 모은 선수가 여럿 탄생했다.
하지만, 오타니는 일본에서도 처음 탄생한 '완벽한 야구인'이다.
오타니보다 뛰어난 타자, 투수는 있지만 오타니처럼 타격과 투구를 모두 잘하는 선수는 없다.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실력은 물론이고,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의 훌륭한 인성에 오타니를 향한 애정은 일본 야구인과 일본 팬에서, 전 세계 야구인과 팬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이번 WBC는 오타니의 모든 것을 함축한 무대였다.
오타니는 전세기 이동 등 초특급 대우를 받으며 일본 대표팀에 합류하면서도 거듭 몸을 낮췄다.
"일본 대표팀에는 나보다 뛰어난 선수가 많다"고 말해 동료들에게 감동을 안겼고, 상대 팀도 예우했다.
B조 1라운드에서 일본과 상대한 국가 중 충격적인 1라운드 탈락의 아픔을 겪은 한국을 제외한 체코, 중국, 호주 선수들이 모두 공개적으로 "오타니와 경기해 영광"이라고 밝혔다.
오타니는 이런 인사에 몸을 낮춰 화답했다.
자신을 삼진으로 처리한 투수가 '삼진 공'을 내밀자 웃으며 사인해주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대부분 아마추어로 구성된 체코 야구 대표팀'을 향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런 '오타니 미담'은 대회 내내 끊이지 않았다.
결승전을 앞두고 일본 선수들 앞에서 한 오타니의 '연설'도 화제를 모았다.
일본 야구대표팀 트위터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오타니는 라커룸에서 "단 한 가지만 말하겠다. 오늘은 미국을 동경하지 말자. 1루에 폴 골드슈미트가 있고, 중견수에는 마이크 트라우트가, 다른 외야 한 자리에는 무키 베츠가 있다. 누구나 들어본 이름이다. 그러나 오늘 하루만은 그들을 동경하는 마음을 버리자"며 "미국을 동경하면 그들은 넘어설 수 없다. 우리는 그들을 넘어서기 위해, 세계 제일이 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이기는 것만 생각하자. 가자"라고 외쳤다.
오타니의 연설에 큰 함성으로 답한 일본 대표팀은 '초호화 멤버' 미국에 주눅 들지 않고, 챔피언에 올랐다.
이번 WBC는 오타니의, 오타니를 위한, 오타니에 의한 대회였다.
동시에 WBC도 오타니 덕에 '야구의 세계화'라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