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학입학 전 1년간 봉사 등 생생한 체험

2023-03-20 (월) 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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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 등 후진국 찾아 봉사활동 시간낭비 아닌 보람된 삶 동기부여

▶ 사전 철저한 준비 없으면 역효과도

‘Gap Year’어떻게 보내나?

대학 입학 전 1년간 타임아웃(timeout)을 권장하는 명문대학이 점차 늘고 있다.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기 전 1년간 휴학하는 이 기간을 갭 이어(gap year)라고 부르고 있다. 이 기간 학생들은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하고 세계 일주 여행을 떠나는 등 의미 있는 활동을 하면서 고등학교 재학 때 가질 수 없었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손해인 것 같지만 너무 앞만 보고 달리기보다는 지난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고 앞으로의 커리어와 공부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해 보면서 의미 있는 결정을 내리는 생산적인 시기가 될 수 있어서 이를 활용하는 학생도 늘고 있는 추세이다.

예를 들어 하이티처럼 지진의 여파로 아직도 고통을 받고 있는 지역이나 기아로 신음하고 있는 아프리카 등에서 일정기간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본인이 얼마나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했는지 알 수 있고 또한 인류애가 저절로 길러질 수 있다.


그러나 갭 이어도 하기에 달렸다. 어떻게 이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득이 될 수 있고 실이 될 수도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갭 이어가 자녀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오지 않는 계기가 될 것을 두려워하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학생의 균형감각과 열정, 자질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다음 갭 이어 선택을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대학 입학 허가서를 받은 학생들을 위해 갭 이어의 의미를 짚어보고 지혜롭게 보내는 방법을 알아본다.

■명문대 입학 계기된다

명문 사립대에서 거절된 학생들이때로는 갭 이어에서 의미 있게 보낸 활동이 입학사정관들의 눈에 띄어 입학이 허가되는 경우가 있다. MIT에서 입학허가서를 받지 못했던 학생이 1년간 갭 이어를 거치는 동안 친환경적인 스쿠터를 만든 것이 유명 잡지에 게재되어 1년 후 MIT에서 입학이 허가된 적도 있다.

하버드에서도 갭 이어를 의미있고 독특하게 보낸 학생이 입학 허가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 학생은 겨우 한 대학으로부터 입학허가서를 받았는데 부모는 아직 그가 비싼 학비를 내고 대학에서 공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 1년간 갭 이어를 택해볼 것을 제안했다. 부모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 학생은 아프리카 시골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호주에서 공원 레인저로 일했다.

1년 후 가을 그는 대학에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생겼고 인생을 보는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으며 결국 예일 대학으로 전학할 수 있었다.


또한 가장 원하던 대학에서 입학 허가서가 오지 않은 학생도 있는데 이들은 차선의 지망대학에 입학하는 대신갭 이어를 택했다가 이듬해에 원했던 대학에 다시 입학 지원서를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

입학사정관들은 학생들이 갭 이어를 통해 전보다 더 독립적이 되며 세상과 사회를 이해하게 되므로 대학생활 시작에 대한 준비가 더 확고하다고 판단한다. 이는 학생들이 제출한 에세이를 통해서도 잘 확인되고 있다. 입학사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갭 이어가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갭 이어가 손실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기간에 자원봉사를 하면서 삶의 참된 의미를 깨닫기도 하고 또한 일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

때로는 오지에 여행을 가서 삶의 다른 면을 볼 수도 있다. 일단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대학원 진학 혹은 취업이 기다리고 있고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오랜 기간 여유 있게 일상에서 벗어난 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다.

친구들은 먼저 대학에 입학해서 1년을 끝냈는데 캠퍼스에 돌아가면 괜히 뒤지지 않나 하는 걱정도 들 수 있다. 그렇지만 인생의 깊이가 더해졌고 학업에 더 열중할 수 있는 동기부여도 된다는 점에서 손실이라고 보기 힘들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로 볼 수도 있다.

■보편화 되어 있다

갭 이어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학 중심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버드대는 매년 입학허가서를 받은 학생 가운데 50~70%가 입학을 연기하고 갭 이어를 택하고 있다.

프린스턴은 25~30%, 코넬은50~60%, 다트머스는 0~30%, 조지타운 15~25%, 예일은 30~40%의 입학생이 갭 이어를 택하고 있는 추세이다. 하버드 대학은 입학 허가서에서 아예 갭 이어의 좋은 점을 권유하고 있다. 프린스턴 대학은 대학이 스폰서 하는 9개월 갭 이어 프로그램을 해외 여러 곳에서 실시한 바 있다.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친구가 강남 간다니까 따라가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 갭 이어도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12학년 때 이미 갭 이어에 대한 사전조사가 이뤄질 필요가 있고 왜 갭 이어를 해야 하 지 스스로 자문자답을 통해서 확고한 이유가 나와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청춘의 귀중한 시간을 날려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갭 이어는 경우에 따라서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어떤 회사에서는 이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기도 하는데 보통 1만~2만달러가 들기도 한다. 또한 먼저 입학하고자 하는 대학 어드미션 오피스에 1년간 입학 연기 신청서를 내야 한다.

좋은 계획과 합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받아들이는 학교가 아직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하버드 대학처럼 갭 이어에 대해 좀 더 진보적인 대학도 있다.

■페이를 해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어떤 프로그램은 급여를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연방 아메리콥 등의 프로그램에서 10개월 동안 봉사하면 대학 학자금으로 4,725달러를 지급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대학에서 이 액수만큼 매치를 해주기도 한다.

이밖에 도움 되는 웹사이트는 interimprograms.com, takingoff.net, whereyouheaded.com, usnews.com/extras 등이다.

■다양한 프로그램

▲언어연수 프로그램

자신이 관심 있는 지역에 직접 거주하면서 언어를 배운다. 대학 간에 상호협정이 맺어져 있다면 이왕이면 학점을 인정받는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환경보존 프로그램

열대림에서 환경보존 프로젝트 자원봉사를 해본다. 자신을 필요로 하고 나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곳에서 무료 봉사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타임아웃협회 프로그램

(whereyouheaded.com)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어떤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지 미국 및 해외 프로그램 중 맞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갭 이어 학생을 위한 컨설턴트 프로그램(interimprograms.com)

지난 1980년에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들도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학교혹은 직장 사이의 휴면이나 안식년기간에 할 수 있는 다양하고 많은 프로그램을 소개받을 수 있다.

▲자원봉사 프로그램(americorps.org)

미국 내 16개 커뮤니티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아프리카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외국으로 자원봉사를 나가고 싶으면 projectsabroad.org를 참고로 한다.

<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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