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스칼럼] 미-중 군비경쟁

2023-03-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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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올라프 총리가 시대적 전환점(Zeitenwende)을 맞았다는 지적과 함께 독일 방위정책의 혁명적 변화를 선언한 것은 지난해 2월 27일이다.

푸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흘이 지난 그 날 독일의 국방비를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로 끌어올리고, 1,000억 유로(약 1,120억달러)의 국방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그 영향 때문인가. 일본도 방위비를 앞으로 5년 이내 GDP의 2%로 늘리는 내용이 명시된 ‘경제 재정운영 및 개혁 기본방침’을 채택했다.


‘새로운 냉전시대에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신냉전이 그 가면을 벗고 맨얼굴을 드러내자 엄청난 변화가 따랐다.

중립국이었던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NATO)에 가입했다. 그리고 뒤이은 것은 전 나토 회원국들을 비롯한 세계적인 군비증강러시다.

독일과 일본은 미국·중국에 이은 세계 3, 4위 경제대국이다. 그러나 전 세계 군사력 평가기업인 글로벌 파이어파워(GFP)에 따르면, 세계 군사력 순위에서 2022년 현재 일본은 5위, 독일은 16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 나라는 2차 대전 침략국이라는 ‘원죄’에 시달려왔다. 때문에 의식적으로 강대국, 특히 군사적 강대국의 지위를 기피하면서 외교적으로 평화주의적 접근을 추구해왔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두 나라를 전범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했고 결과적으로 군사대국화에 불을 지폈다는 것이 포린 어페어스가 내린 진단이다.

미국과 중국의 새 국방예산의 윤곽이 드러났다. 그 모양새가 그렇다. 신냉전시대 미-중 경쟁은 국방비 증액 대결로 번져가고 있다고 할까.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발표한 내년도(2024 회계연도)국방예산은 8,420억 달러로 전년에 비해 3.2%가 증가한 사상 최대 규모다. 중국이 밝힌 올해 국방 예산 역시 사상 최대 규모인 1조5,500억 위안(약 2,400억 달러)으로 전년 대비 7.2%가 늘었다.


공개된 이 수치로만 보면 군사비 지출에서 중국은 미국에 비해 여전히 족탈불급(足脫不及)의 처지에 있는 것으로 비쳐진다. 전문가들의 진단은 다르다.

‘군민융합(軍民融合)’이라고 하던가. 군사영역과 민간영역을 결합한 중국식 국가 정책을. 때문에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국방비 계정으로 잡히는 많은 항목들, 예컨대 군사기술연구개발비 등이 중국에서는 국방예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러시아로부터의 무기수입 예산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들을 감안 할 때 실제 중국의 국방예산은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

미국의 국방예산은 드러난 수치로 볼 때 중국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그 예산에는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서, 나토군 유지, 중동지역에 대한 군사공약 등의 비용이 모두 포함돼 있다.

반면 중국의 국방예산은 거의 다가 미국을 타깃으로 배정돼 있다. 그런데다가 구매력평가(PPP)기준으로 환산하면 중국의 국방비는 3,600억달러가 넘는다.

미국의 내년도 국방예산은 3.2%를 늘린 8,420억 달러다. 3.2% 증액이라는 게 그런데 그렇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다소 둔화되긴 했으나 여전히 6%를 웃돌고 있다. 그런데다가 국방관련 주 품목들의 가격상승률은 이보다 훨씬 높다.

이런 점을 감안 할 때 3.2% 증액은 증액이 아니다. 오히려 마이너스로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방하원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 의원 중 상당수는 국방예산 삭감을 신조로 하고 있다는 보도다.

‘신냉전시대를 맞아 미국의 국방예산정책은 역행을 하고 있다’- 워싱턴 일각의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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