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BC 호주와 1차전 7-8 충격패
▶ 통한의 3점포 두 방 허용 눈물,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 위기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이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조별리그 호주와 1차전에서 7-8 충격패를 당한 뒤 어두운 표정으로 더그아웃을 향하고 있다. [연합]
6년 만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첫판부터 악몽이었다. 1라운드 탈락 굴욕을 당했던 2013년 3회, 2017년 4회 대회에 이어 또 한번 첫판에서 졌다. 올해 5회 대회만큼은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꼭 되찾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4강 진출을 목표로 잡았지만 8강 진출 가능성마저 가물가물해졌다. 2006년 초대 대회 4강, 2009년 2회 대회 준우승 등으로 세계 중심에 섰던 한국 야구는 한 수 아래로 여겨지던 호주에도 패해 세계 변방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B조 조별리그 호주와 1차전에서 7-8로 충격패를 당했다. 한국 야구가 호주에 패한 건 2007년 대만 야구월드컵 예선(1-2 패) 이후 16년 만이다. 투수 운용의 귀재로 통했던 이 감독의 계투 작전이 실패했고, 추격 분위기에서 2루타를 치고 세리머니를 하다가 어처구니없이 태그 아웃 당한 강백호(KT)의 본헤드 플레이 등이 겹치며 이번에도 ‘1차전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했다.
8강 진출의 분수령이었던 이날 호주전에서 패한 대표팀은 사실상 벼랑 끝으로 몰렸다. 5개 팀 중 상위 두 팀이 8강에 오르는데, B조에서는 일본이 워낙 압도적인 1강이라 한 자리를 두고 호주와 한국이 다투는 구도였다. 이제 대표팀은 10일 펼쳐지는 숙명의 한일전을 반드시 이겨야 하고, 중국과 체코 약체들이 호주를 이겨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이날 이 감독의 마운드 운용은 선발투수부터 실패했다. 경기 전날까지 꽁꽁 숨겼던 잠수함 투수 고영표(KT)는 3회까지 무실점으로 버텼지만 4회초에 4사구 2개와 내야안타 1개로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7번 로건 웨이드에게 희생플라이로 첫 실점을 허용했고, 5회초엔 팀 케넬리에게 솔로포를 맞고 강판했다.
대표팀 타선도 5회말 1사까지 단 한명도 1루를 밟지 못하고 호주 마운드에 끌려갔다. 하지만 5회말 양의지(두산)가 역전 3점포를 쏘아 올리며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6회말엔 박병호(KT)가 1타점 2루타를 날려 4-2로 달아났다.
경기 후반부는 철벽 불펜이 리드를 지켜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믿었던 불펜이 와르르 무너졌다. 7회초에 등판한 소형준(KT)은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1사 2·3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에 벤치는 최근 두 차례 평가전에서 가장 위력적인 구위를 뿌렸던 김원중(롯데)을 올렸지만 3번 로비 글렌디닝에게 통한의 재역전 3점 홈런을 맞았다.
다시 균형을 맞출 수 있었던 7회말 공격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았다. 1사 후 최정(SSG)의 대타로 나간 강백호(KT)가 한화에서 뛰었던 워윅 서폴드를 상대로 2루타를 쳤지만 세리머니를 하던 중 2루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졌고, 이때 2루수에게 어처구니없이 태그 아웃됐다. 후속 타자 양의지가 안타를 쳤기 때문에 강백호의 찬물을 끼얹는 플레이는 더욱 뼈아팠다.
결국 8회초에 베테랑 양현종(KIA)이 8번 로비 퍼킨스에게 초구 직구를 던지다가 쐐기 3점포를 내주고 승기를 뺏겼다. 대표팀은 8회말 3점을 따라붙었지만 추격은 거기까지였다.
경기 후 선수들은 굳은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4타수 무안타에 그친 메이저리거 김하성(샌디에이고)은 “할 말이 없다”며 “우리가 못했고 나도 마찬가지”라고 자책했다.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한 안방마님 양의지도 “투수 리드를 잘못했다”며 “수비에서 엉망이었다”고 아쉬워했다.
<
도쿄 김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