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대표팀 새 사령탑
▶ A매치서 108경기 47골 ‘독일 전설’, 월드컵 우승 등 화려한 선수 경력…미대표팀·헤르타선 경질 못 피해
전술 부족·선수 선발 등 논란도
독일의 전설적인 공격수 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이 61분의 1의 경쟁률을 뚫고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27일 한국 축구의 제74대 사령탑으로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역대 9번째 외국인 사령탑인 클린스만 감독은 이달부터 2026년 북중미 월드컵까지 약 3년 5개월 동안 대표팀을 이끌 예정이다.
미하엘 뮐러(58·독일)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문성·경험·팀워크·동기부여·환경이라는 다섯 가지 기준을 충족시키는 감독을 물색한 끝에 후보군을 5명으로 추렸다”며 “우선순위를 두고 협상을 시작했는데 클린스만 감독이 첫 협상 대상이었다. 온라인 미팅 후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어 “1월 초 61명의 후보군을 선정하고 23명, 5명 순으로 최종 후보를 압축했다”고 덧붙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역대 한국 대표팀 사령탑 중 가장 이름값이 높은 인물이다. 그는 현역 시절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손꼽혔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뛰던 1987~1988 시즌 분데스리가 득점왕에 올랐고 인터밀란(이탈리아)에서 1990~1991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 바이에른 뮌헨(독일)에서도 1995~1996 시즌 UEFA컵 우승과 1996~1997 시즌 리그 우승을 함께했다. 1994~1995·1997~1998 두 시즌 동안 손흥민의 소속팀인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에서 뛰기도 했다.
국가대표 경력도 화려하다. 독일 국가대표로서 1990년부터 1994·1998년 월드컵에 3회 연속 출전하는 등 A매치 108경기에서 47골을 넣었는데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3골을 넣으며 독일(당시 서독)의 우승을 이끌었다. 4년 뒤 미국 월드컵 조별리그 한국전(독일 3 대 2 승)에서는 2골을 터뜨려 우리에게 아픔을 주기도 했다.
지도자로서는 ‘실패한 감독’이라는 이미지가 더 크다. 2004년 독일 대표팀 감독으로 깜짝 발탁돼 본격적인 지도자의 길에 나선 클린스만 감독은 ‘녹슨 전차군단’이라는 평가를 받던 독일을 자국에서 열린 2006년 월드컵 3위로 이끌었다. 그러나 재임 기간 내내 전술 부족, 선수 선발 문제, 미국에서 출퇴근 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08년에는 독일 최강 뮌헨의 지휘봉을 잡았으나 한 시즌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다. 당시 주장인 필리프 람(독일)은 자서전에서 “우리는 클린스만 감독 밑에서 체력 단련을 했을 뿐이다. 전술적인 것들은 무시됐다”고 폭로했다. 미국 대표팀 감독 시절(2011~2016년)에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16강을 이끌었지만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초반 2경기 연패를 당한 뒤 경질을 피하지 못했다. 2020년 헤르타 베를린(독일)에서는 부임 10주 만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일방적으로 감독직 사임을 알리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화려한 선수 경력에 비해 지도자로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냈고 같은 독일 출신이라는 점에서 클린스만 감독이 제2의 울리 슈틸리케(2014~2017년)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부진을 이유로 중도 경질된 바 있다.
하지만 파울루 벤투 전 감독도 부임 초기에는 중국 리그에서 실패했다는 이유로 신임을 받지 못했다. 4년 내내 비판을 받다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후 그동안의 평가를 180도 뒤집었다. 결국 감독직에 대한 모든 평가는 결과로 좌우된다. 짧게는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예정된 아시안컵, 길게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까지 지켜본 뒤 평가해도 늦지 않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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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