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밝았는데 아시아계 혹은 한인 여성을 향한 증오범죄는 멈추질 않고 있다. 미국에서 코리안이나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공격을 당하는 게 이제는 뉴 노멀이 된 것일까. 2주전쯤 인디아나주 블루밍턴 시내의 한 버스 안에서 백인 여성이 아시아계 여대생의 머리를 둔기로 여러 차례 찌른 혐의로 기소됐다. 용의자는 아시안을 한 사람이라도 죽이려고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어쩌면 미국과 무역전쟁중인 중국에 대한 혐오가 중국에 오랫동안 피해를 받고 있는 억울한 한국인들에게 전이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자유와 인권이 보장된 미국에서 아직도 이런 무지와 무식이 대낮에 범죄라는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분명한 것은 코리안 아메리칸은 그냥 아시안 아메리칸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자녀들에게 꼭 알려줄 것은 대한민국은 미국의 혈맹이고, 중국공산당과 대척점에 서서 이념전쟁을 지난 100년간 벌여오고 있는 자유세계의 주역이란 점이다.
무지한 미국인들이 아시안의 얼굴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반중국 정서를 한인들에게 투영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가 그냥 아시안 여성이라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코리안 아메리칸 여성이기에 자랑스럽다고 말할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한인 여성들은 항상 피해자였지 가해를 해본 적이 없고, 오히려 강인함의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가정을 지키며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왔고 번성했다.
21세기 한인 여성들은 지금 각 분야마다 리더십을 발휘하며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러한 성공 사례는 어떤 장애와 차별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강인함의 상징이다.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라는 베스트셀러 작가 서진규 예비역 미군 소령. 그녀는 이혼후 미군 말단병사로 군 생활을 시작해 소령으로 전역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20여년간 군 생활을 하면서 하버드대 박사까지 된 그가 쓴 책 “희망은 또 다른 희망을 낳는다”는 한인 여성의 강인함이 그대로 묻어있다.
어머니를 보고 자란 서진규 씨의 딸 역시 어머니의 길을 그대로 가고 있다. 서진규 씨는 40대 중반 나이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하버드대 박사과정에 합격했고 딸은 고등학교 졸업을 하면서 클린턴 대통령 표창장을 받고 하버드대에 진학했다. 졸업후 딸은 어머니의 뒤를 이어 여군 장교로 복무했다.
한인 여성들은 미국에서 인종 차별이나 편견의 역경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해 성공의 열매를 거두고 있다. 서 박사의 결실은 근면과 헌신으로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극복한 미국사회의 강력한 롤 모델이 되고 있다.
미주 한인 여성들은 자신의 분야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변화를 위한 노력과 헌신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은 사회 정의와 평등권을 옹호함으로써 자신과 타인을 위한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이들의 헌신은 후세들에게 귀중한 교훈과 통찰력을 제공해줄 것이다.
미국에서 한인 여성으로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인종차별과 증오에 직면하는 것부터 적대적인 환경을 극복하는 것까지…. 장애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인 여성들은 이를 극복하고 미 곳곳에서 눈부신 성공을 거두고 있다.
새해가 밝자마자 한인 여성들은 캘리포니아 폭우 극복에도 아낌없이 힘을 보탰다. 피해 입은 이웃들의 정서적 지원, 구호 활동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지역사회 재건에 앞장섰다. 한인 여성들의 헌신적 노력은 2023년 새해에도 미국사회와 한인사회 발전에 힘과 희망의 원천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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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뉴욕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