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성공적이고 긍정적인 인생살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과 트렌드를 잘 못 읽어 고생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필자가 일본 유학을 했던 1980년대에는 논문이나 과제물을 원고지에 쓰다가, 불과 2-3년 후에는 타이프라이터의 후신인 워드프로세스가 나왔다. 그러나 시대를 앞서가는 몇몇 친구들은 곧 이어 등장한 컴퓨터로 논문을 작성하기 시작하였다. 교수와 작가로서 40여년전 당시 컴퓨터에 조금 일찍 접근했더라면 논문이나 문서작업을 독수리 타법에서 벗어나 훨씬 수월하게 할 수가 있었을 것이고 지금처럼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작가이며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남도 교수가 ‘2023 미래 트렌드’라는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10대 키워드를 제시하였다.
첫째 ‘평균 실종’으로 ‘평균’ 개념 즉, 당연히 여겼던 ‘전형성’이 사라지고 대체 불가능한 탁월함, 차별화, 다양성이 필요한 시기이다. 둘째 ‘오피스 빅뱅’으로 산업화 이후 유지됐던 조직 문화가 빅뱅 수준으로 격변하고 글로벌한 조직의 소속감과 재택근무와 같은 업무공간의 변화이다. 셋째 ‘체리슈머’(Born Picky, Cherry-sumers)는 소비자로서 한정된 자원을 극대화하기 위해 알뜰 소비전략과 ‘짠테크’ 소비확산으로 가성비를 우선하는 전략구매이다. 넷째 ‘인덱스 관계’로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대면 만남이 현격히 줄고, 인간관계에 인덱스(index)를 붙여 인친(인스타친구), 트친(트위터 친구), 페친(페이스북 친구)으로 관리한다.
다섯째 ‘뉴디맨드 전략’으로 ‘상품과잉의 시대’에 꼭 사야만 하는 뉴디맨드 전략이다. 여섯째 ‘디깅 모멘텀’(Digging Momentum)은 자신의 취향에 깊이 파고드는 과몰입, 열정과 돈,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일곱째 ‘알파세대’는 Z세대의 다음 세대, 2010년 이후 태어난 인류 최초의 ‘디지털과 모바일 네이티브’라고도 부르는 자기중심성이 강한 신세대의 출현이다. 여덟째 ‘선제적 대응기술’은 기분이나 분위기에 맞게 유저가 요구하기 전에 미리 알아서 배려해 주는 기술이다. 아홉째 ‘공간력’은 사람을 모으고 머물게 하는 매력적인 컨셉과 테마를 갖추고 있는 공간력의 제공이다. 열째 ‘네버랜드 신드롬’으로 나이 들기를 거부하고 젊은 외모와 청년식 사고, 가치관을 중시하는 피터팬들이다.
1980년대 미국의 사회학자 엘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제1의 물결은 농업혁명, 제2의 물결은 산업혁명, 그리고 제3의 물결은 정보화의 혁명이라고 명명했다. 이러한 트렌드를 읽지 못했다면 컴퓨터와 인터넷을 다루지 못하는 컴맹으로서 정보의 소외계층으로 전락하여 글로벌 시대에 외계인처럼 얼마나 답답하게 살아가고 있었을까.
더우기 이제는 제4차 산업혁명(AI 인공지능, IoT 사물인터넷, 빅브라더)시대이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이 가사를 돕고, 사물인터넷이 소비자의 동향파악과 교통상황도 알려주는 똑똑한 네비게이션의 역할을 하고, 빅 브라더는 하나의 크레딧 카드로 공동체의 모든 정보를 통제하는 소셜 시크릿 카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연초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글로벌 ‘CES 2023 박람회’에서 보았듯이 ‘더 똑똑한 모빌리티’와 ‘더 현실에 가까운 메타버스’도 우리의 생활영역 속으로 점점 가까이 오고 있다.
밝은 미래와 지혜로운 삶을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진화해가는 시대의 변화와 추세를 잘 읽고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가야만 하지 않을까. 2023년 계묘년에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 미래 트렌드를 잘 파악하고 읽어서, 토끼처럼 지혜로운 삶을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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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화 전 성결대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