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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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환기 꼭 필요… 공기청정기로 걸러지지 않는 오염물질 많아

2023-01-31 (화)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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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보내고 출근한 30대 직장인 A씨. 이튿날부터 두통ㆍ코막힘ㆍ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서 코로나19가 의심돼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음성이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호흡기 진료를 보았고 갑자기 찾아온 한파로 난방기기를 사용하며 건조한 환경에서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증상이라는 소견을 받았다. A씨는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작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실내 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히 냄새를 비롯해 세균ㆍ먼지ㆍ연기 등 오염물질이 발생하므로 건강을 위해 환기가 필수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라돈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전 세계 폐암 발생의 3∼14%를 차지하며 흡연에 이은 주요 폐암 발병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라돈 흡입량이 늘어날수록 폐암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라돈은 지하수ㆍ토양ㆍ암석 등 우리 주위 어느 곳에서나 존재하는 방사성 기체로 실내 공간도 예외 없이 여러 경로를 통해 유입되므로 라돈이 공기 중에 머물지 않도록 철저한 환기가 필요하다.

또한 요즘처럼 추운 겨울철에는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 등 호흡기 감염으로 인한 질병 발생 가능성이 높다.

밀폐된 공간에서 밀접ㆍ밀집이 된다면 감염 가능성은 더 높아지므로 환기에 신경 써야 한다.

5㎛ 이상 비말(飛沫)의 경우 대부분 1∼2m에서 가라앉지만 5㎛ 이하 에어로졸은 장시간 공기 중에 떠다니며 전파가 10m 이상 가능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등과 함께 실내 환기나 보조적으로 공기청정기가 필요한 이유다.

가정에서 음식을 만들 때 음식 재료나 굽고 튀기는 등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도 주의해야 한다. 조리 시 창문을 열고 환풍기를 사용하는 게 좋다. 프라이팬 전용 덮개가 있다면 이를 활용하고 조리 시간은 짧을수록 좋다.

조리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주방을 넘어 거실까지 확산될 수 있기에 호흡기 질환이 있거나 고령인ㆍ어린이 등이 있다면 문을 닫고 방에 머물게 하는 게 좋다.


음식을 완성했다면 사용한 기구나 재료를 빠르게 치우고, 되도록 15분 정도는 자연 환기하는 게 좋다.

이규민 대동병원 호흡기내과 과장은 “겨울철에는 난방 효율 등을 이유로 환기에 소홀할 때가 많은데 건강을 위해 환기를 제대로 하는 게 좋고, 춥거나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도 환기에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이 과장은 “특히 요즘에는 공기청정기가 있다는 이유로 환기하지 않을 때가 많은데 공기청정기로도 걸러지지 않는 오염물질이 상당히 많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강을 위해 바닥에 오염된 공기가 가라앉은 시간대를 피해 오전 10시~오후 7시에 2∼3시간 간격으로 3번 정도 10~30분 정도 환기하는 게 좋다. 미세먼지나 황사가 심한 날에는 10분씩 3번 정도 환기한 뒤 공기청정기 터보 기능을 이용해 실내 공기를 순환하는 게 좋다.

환기를 제대로 하려면 창문 한 개만 열지 말고 창문 여러 개를 모두 열어 바람이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순환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바람 없는 날이나 실내 환경 특성상 환기가 어려우면 바람이 나가는 창문 쪽으로 선풍기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환기를 자주 시행하고 실내 환경을 관리했는데도 불구하고 호흡기 증상이 지속된다면 다른 질병일 가능성이 있기에 병원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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