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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트리플 인구절벽

2023-01-30 (월) 정민정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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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덴트는 2014년 저서 ‘인구절벽’에서 인구 감소로 인한 경제활동 위축으로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생산과 소비의 주축인 40대가 급감한다는 의미에서 ‘인구절벽’이라는 신조어를 썼다. 그는 2018년 한국에 인구절벽이 닥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실제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는 2017년에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내년 우리나라 유치원과 초등학교, 대학이 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게 되면서 ‘트리플 인구절벽’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내년에 대학 새내기가 되는 2005년생,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17년생, 유치원에 들어가는 2020년생은 모두 전년보다 출생아가 크게 줄어든 해에 태어났다. 코로나19까지 덮친 2020년 출생아는 27만 2,300명으로 사상 첫 20만 명대를 기록했다. 한국의 저출산·고령화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다보니 해외에서도 인구절벽이 초래할 파장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50년에 인도네시아의 경제 규모가 한국을 추월하고 2075년에는 필리핀마저 우리를 따돌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제 패권 전쟁 속에서 인구와 기술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축이다. 지난해 중국의 인구가 1961년 대기근 이후 처음으로 감소하자 ‘피크 차이나(Peak China)’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인구 규모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방증한다. 인구 감소는 그 자체로도 국가의 지속성을 위협하지만 재정 부담 증가, 생산 인력 감소, 내수 시장 및 교육 시스템 붕괴 등 다층 위기를 초래한다.

저출산은 보육·주거·일자리 문제 등과 복합적으로 연결된 만큼 생애 전반에 걸친 입체적 처방이 필요하다. 출산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 여성과 숙련된 기술을 지닌 고령 인구 등 잠재 인력을 활용하는 한편 해외의 고급 인재들을 적극 영입해야한다. 출산 친화적 관점에서 국가 정책들을 설계하고 총력전을 펴야 파국을 피하고 ‘부강한 매력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다.

<정민정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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