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제2의 ‘로드니 킹’ 되나… LA경찰 소요 대비 ‘비상’

2023-01-28 (토)
작게 크게

▶  경찰폭력 흑인사망 파장
▶ 구타 현장 동영상 공개

▶ “목 골절·온몸 멍투성이”
▶ 곳곳 경관폭력 항의시위

제2의 ‘로드니 킹’ 되나… LA경찰 소요 대비 ‘비상’

타일러 니컬스 사망 후 체포 당시 동영상이 공개된 27일 전국 곳곳에서 항의 시위가 열렸다. 이날 뉴욕 맨해턴에 모인 시위대가 경찰 폭력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제공=로이터]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교통단속 도중 경찰관들의 심한 집단 구타로 흑인 남성 운전자 타이어 니컬스(29)가 사망한 사건이 제2의 ‘로드니 킹’ 이나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비화될 우려가 제기되면서 LA를 비롯한 전국 치안기관들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7일 발생한 이 사건과 관련 멤피스 경찰국이 사건 발생 3주여가 지난 27일 구타 발생 당시 현장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바디캠 동영상을 전격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날 동영상 공개에 앞서 이 사실이 예고되자 뉴욕과 보스턴 등을 포함한 전국 주요 대도시들에서는 경찰의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진행됐고, 이에 따라 LA 경찰국(LAPD)와 LA 카운티 셰리프국 등 남가주 지역 주요 치안기관들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등 비상대처에 나섰다.

앞서 니컬스는 지난 7일 멤피스 시내에서 난폭운전 혐의로 경찰의 정지 지시를 받은 뒤 달아나다 경관들에게 붙잡혔다. 이 과정에서 경관들의 구타가 발생했고, 희소병인 크론병을 앓던 니컬스는 체포 뒤 호흡곤란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된 후 사흘만에 신부전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니컬스 사망 후 심각한 구타 사실이 유족들에 의해 확인되자 미 전역으로 비판 여론이 확산됐고, 27일 당시 체포 현장을 찍은 동영상을 멤피스 경찰국이 전격 공개하면서 니컬스에 대한 무차별 구타 장면이 생생하게 드러나자 곳곳에서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니컬스 구타에 가담했던 경찰 5명은 공교롭게도 모두 흑인들이었고, 테네시주 대배심은 지난 26일 니컬스 폭행에 관여한 5명의 경관 모두를 2급 살인 및 가중 폭행, 납치 혐의로 기소하라고 결정해 이들은 모두 구치소에 수감됐다.

사망한 니컬스의 어머니 로번 웰스는 27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을 잃은 애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연락을 받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아들은 거의 사망상태였다”며 “그들은 아들을 가혹하게 구타했다. 온 몸이 멍투성이였고, 머리는 수박만큼 부어올랐으며, 목은 부러져 있었고, 코는 ‘S’자로 휘었다. 살아남았더라도 식물인간이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언론들에서는 이번 영상 공개가 지난 1991년 LA 폭동으로 이어진 ‘로드니 킹’ 구타 동영상이나 ‘조지 플로이드’ 사건처럼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해 왔다. 유족측 변호인인 벤 크럼프도 이번 사건이 1991년 공개돼 이듬해 LA 폭동의 도화선이 됐던 ‘로드니 킹’ 사건을 연상케 한다고 밝혔다.

이와 련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6일 성명을 내고 “타이어 니컬스 가족과 멤피스 지역사회 전체에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면서 “타이어의 가족은 그의 죽음에 대한 신속하고 완전하며 투명한 수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슬퍼하고 법무부와 주 당국이 수사를 하는 동안 나는 평화적 시위를 촉구하는 타이어 가족과 함께 했다”면서 “분노는 이해할 수 있으나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 폭력은 파괴적인 것이며 법에 반하는 것으로, 정의를 요구하는 평화적 시위에 폭력이 있을 자리는 없다”고 말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