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은 누구나 겪는 흔한 질환이다. 매년 전 세계 인구의 52%가 두통으로 고통받고, 매일 두통을 호소하는 인구도 15.8%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한 달에 15일 이상 두통을 겪는 인구도 4.6%에 이른다. 그러나 두통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은 많지 않다. 가까운 약국을 찾아 그때그때 통증을 가라앉히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평소 겪지 못한 심각한 두통이 지속하거나 평소와 다른 양상의 두통이나 잦은 두통은 몸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
조현지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누구나 두통을 겪을 수 있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두통이 지속한다면 몸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두통이 뇌졸중ㆍ뇌종양 등 뇌 질환에 의해 발병한 것이라면 그 원인 질환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두통을 일으키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대부분 스트레스나 과로, 또는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한다. 두통은 ‘1차성 두통’과 ‘2차성 두통’으로 나뉜다.
1차성 두통은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다. 대부분의 두통이 여기에 속한다. 스트레스ㆍ과로ㆍ피로ㆍ심리적 문제 등으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긴장형 두통’을 비롯해 ‘쿵쾅쿵쾅 울린다’ ‘깨질 것 같다’ 등으로 표현되는 ‘편두통’, 일정 기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군발(群發ㆍcluster)두통’ 등을 포함한다.
위험한 것은 2차성 두통이다. 뇌혈관 질환 뿐만 아니라 감염성 질환이나 약물, 알코올 등 특정 물질에 의한 경우를 포함한다. 2차성 두통이 느껴지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전에 겪은 적이 없는 두통이 갑자기 나타났거나 어린이, 중년, 암 환자, 항응고제나 면역억제제 사용자, 임신부에게 새로 두통이 발생했다면 확인이 필요하다. 또 기침, 운동, 성행위 시 갑자기 두통이 발생하거나 누웠을 때보다 서 있을 때 악화하는 두통도 마찬가지다.
이와 함께 △두통이 며칠이나 몇 주에 걸쳐 점점 심해지거나 양상이 전과 다르게 변화하거나 △진통제를 복용해도 호전되지 않거나 △구역·구토, 의식 소실이나 뇌전증 발작이 동반되거나 △두통이 발생한 반대쪽 신체에 마비ㆍ감각 저하 등이 나타나거나 △50세 이후 처음으로 두통이 시작되거나 △시력이 점점 떨어지고, 몸의 균형을 유지하기 힘들다면 병원을 찾을 필요가 있다.
특히 갑자기 머리를 무언가로 얻어맞은 것처럼 극심한 두통이 느껴진다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손상돼 발생하는 뇌졸중(뇌경색, 뇌출혈) 증상일 수 있다.
조현지 교수는 “1차성 두통은 대부분 만성적 두통으로 악화하는데 일반적으로 1차성 두통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호전되지만 2차성 두통은 그렇지 않다”며 “가벼운 두통이라고 생각하고 진통제를 오ㆍ남용할 때가 많은 만큼 환자 스스로 판단이 어려울 때는 정확한 진단ㆍ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두통을 예방하려면 스트레스 완화ㆍ수면 조절ㆍ운동 요법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편두통은 특정 유발 요인이 있을 때가 많은 만큼 원인을 파악해 피하는 게 중요하다.
군발두통은 흡연하는 사람에게서 많이 발생하고 술을 조금만 마셔도 발생하므로 금연ㆍ금주가 필수다.
생활 속에서 두통을 느낄 때는 커피ㆍ홍차ㆍ탄산음료 등 카페인이 많은 음식을 피한다. 글루탄산염(MSG)이 다량 첨가된 인스턴트 식품이나 육가공품도 삼가야 한다.
치즈, 초콜릿, 양파, 붉은 포도주, 호두, 바나나, 콩, 파인애플 등에 함유된 아민 성분도 두통 환자에게 좋지 않다. 다만 이들 식품이 모든 두통 환자에게 일관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두통 유발 요인이 되는지 확인한다.
조현지 교수는 “보통 두통은 잠깐 아팠다가 사라질 때가 많아 간과하기 쉽지만 다른 큰 병의 증상일 수 있는 만큼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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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