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지원 법률 칼럼 - Negligence Per Se

2023-01-20 (금) 정지원/상해사고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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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사고상해 케이스를 성립하기 위해서는 상대측이 과실(Negligence)를 범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된다. 과실이란 상식적인 기준에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고상해에 있어 대부분의 과실은 상황적 증거(circumstantial evidence)를 통해 성립되지만 때로는 주 정부나 법규나 시 및 타운의 조례 등 법을 어기면서 발생할 수도 있다.
법을 어기면서 발생하는 과실 사고는 ‘Negligence Per Se' 원칙에 해당될 수 있다.

Negligence Per Se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 가해자가 법을 어긴 사실이 입증돼야 하고 ▲둘째, 가해자가 위반한 법이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어야 하며, ▲셋째, 피해자가 해당 법의 보호대상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된다.


만약 이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되면 피고의 과실은 인정된다.
예를 들어보자.
A가 음주운전을 하다가 B의 차를 들이받아 사고를 일으켜 B가 목과 허리를 다쳤다. 음주운전 법은 모든 운전자와 탑승자, 또는 행인 등의 안전을 위해 제정된 법이다.
위의 사례에서 ▲A의 음주운전 사실이 입증되고 ▲음주운전 금지법이 다른 운전자(B)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라는 점 ▲그리고 B가 이 법의 보호대상이 된다는 점이 모두 입증되기 때문에 Negligence Per Se 원칙을 근거로 A의 과실은 성립된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B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넘어져 소화전 앞에 불법으로 주차돼 있던 A의 차에 부딪혔다.
B는 “A가 주차를 하지 못하는 곳에 차를 세우는 불법행위를 했기 때문에 다쳤다”며 Negligence Per Se 원칙을 주장했다.

이 경우, 첫 번째 요소(A가 불법 주차를 했다는 점)는 충족될 수도 있다. 그러나 소화전 앞 주차 금지법은 화재와 관련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따라서 B는 소화전 앞 주차 금지법 보호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그가 입은 부상도 법의 제정 취지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B의 Negligence Per Se 주장은 성립될 수 없다.

만약 같은 상황에서 소화전 앞에 있는 C의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자. A의 불법 주차로 소방대원들이 소화전을 사용하지 못해 C의 집이 전소됐다면 C는 Negligence Per Se를 주장하며 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한편 피고 입장에서 Negligence Per Se에 대응할 수 있는 항변으로는 ▲주의를 충분히 기울였음에도 법규를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을 입증했을 때 ▲급한 상황에서 법규 위반이 불가피했을 때 ▲또는 법을 지키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피해 범위가 법을 지켰을 때보다 더 컸을 때 등이다.

<정지원/상해사고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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