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연으로 돌아가자

2023-01-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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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가 잔잔하지 않아 배를 탈 수 없을 때면 나는 오후 동안 섬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에서 식물을 채집하거나, 가장 경치가 좋고 한적한 곳에 앉아 나 좋을 대로 마음껏 몽상을 하거나, 때로는 대지나 작은 언덕 위에 앉아 호수와 그 기슭의 멋지고 매혹적인 경치를 둘러보고는 했다. … 그곳에서는 물결의 소리와 수면의 출렁임이 나의 감각을 안정시켜주고 나의 영혼으로부터 모든 다른 동요를 쫓아내버려 감미로운 몽상 속으로 빠져들도록 했으며 …”

자연 속에서 지극한 평화로움을 즐기는 이 글의 주인공은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장 자크 루소(1712~1778)이다. 그가 생애 말년에 쓴 아름다운 수상집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에 나오는 구절이다.

루소 하면 떠오르는 말은 “자연으로 돌아가라”이다. 이때의 자연은 앞에 묘사된 자연과는 좀 거리가 있다. 인류가 문명을 형성하기 이전의 자연 상태, 즉 누가 누구를 지배하는 일도 지배당하는 일도 없이 모두가 자연 속에서 순수하게 살았던 상태를 말한다. 문명사회가 되면서 인간은 평등하고 자유로운 본래모습을 잃고 불평등과 억압 속에 살고 있다며 자연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주장이 근년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이번에는 철학자가 아닌 정신건강 전문가들이다. 하루 몇 십분이라도 자연과 함께하라고 이들은 권한다. 숲속이나 공원을 그냥 걷기만 해도 마음이 평안해지고 정신이 맑아져서 심신의 건강에 유익하다는 것이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간은 자연과 멀어졌다. 사무실에 출근하든 재택근무를 하든 콘크리트 건물 안에 갇혀 사는 것이 현대인의 생활이다. 매순간 쫓기듯 살다보면 푸른 하늘 한번 올려다 볼 여유 없이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간다.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이런 일상 중 잠시만 시간을 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밖으로 나가 바깥 공기를 쐬고 나무를 보며 자연과 함께 하면 우울감이 사라지고 행복해지며, 기억력 주의력 집중력이 개선된다고 시카고 대학 심리학과의 마크 버먼 교수는 말한다. 잠깐의 산책이 생산성을 높이니 근무 중 잠시 나가 걷는 것은 시간낭비가 아니라 투자라고 그는 강조한다. 시간이 없으면 하루에 단 20분, 일주일에 2시간만 나가 있어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일본의 오키나와, 캘리포니아의 로마 린다, 이탈리아의 사르디니아 등 세계적 장수지역 주민들의 삶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채식위주의 건강식을 하고 몸을 많이 움직이며 가족친지 이웃들과의 관계가 돈독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들에게는 공통적인 취미가 있다. 정원일이다. 꽃을 가꾸기도 하고 텃밭을 만들어 채소를 재배하기도 한다. 흙을 만지며 씨를 뿌리고 화초나 채소 기르는 일을 이들은 나이 8090이 되도록 계속한다. 그런데 그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정원일은 이점이 많다. 우선 좋은 유산소 운동이다. 땅을 고르고 돌을 파내고 가지를 다듬는 등의 일은 몸의 민첩성과 체력을 좋게해준다. 아울러 텃밭에서 일하다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명상 효과이다. 그렇게 직접 기른 채소는 신선하고 영양 풍부하니 그보다 좋은 식재료가 없다. 매일 정원에 나가 일하면서 햇볕을 쬐고, 맑은 공기 마시고, 식물을 돌보며 교감하는 것 - 바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다

인간이 문명을 이루고 산 것은 불과 수천년, 그 이전 수백수십만년은 자연의 한 구성원으로 살았다. 자연 속에 있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루 20~30분이라도 자연으로 돌아가자. 자연이 보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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