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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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력 강화 외친 일본, 환영하는 미국

2022-12-30 (금) 이춘근 국제정치 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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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국가의 관계에 대해 가장 탁월한 연구 업적을 남긴 미국의 사회학자 찰스 틸리는 평생의 연구를 한마디로 요약했다. “전쟁은 국가를 만들고 국가는 전쟁을 만든다(War made the state and the state made war)”라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수많은 조직 중에서 오로지 국가라는 조직만이 전쟁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아무리 거대 기업이라도 전쟁을 하는 조직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작은 나라라도 전쟁을 치를 능력이 없다면 그것은 나라가 아니다. 그래서 현대의 모든 나라들은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목적에서 조세와 징집의 능력을 갖는다. 이 두 가지 능력이 없는 나라는 국가로서 존재하기 어렵다. 또한 국가는 전쟁하는 조직이라는 의미에서 모든 나라의 수장들은 전쟁의 수행을 자신의 가장 중요한 임무로 삼는다. 당연히 국가의 수장들은 그가 여자든 남자든, 군대를 다녀왔든 그러지 않았든, 젊든 늙든 불문하고 모두가 군 통수권자, 즉 총사령관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국가는 전쟁을 치를 수 있는 능력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살아가야 할 국제정치 체제의 속성이 무정부적이고, 무정부의 세상에서 믿을 것은 오로지 자신의 힘뿐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에 대들었다가 패망했던 나라들 가운데 가장 철저하게 비무장을 당한 곳이 일본이다. 2차대전이 끝난 후 미국은 일본을 다시는 전쟁을 도발할 수 없는 나라로 만들어버렸다. 미국에 의해 강요된 일본의 평화헌법 제9조는 일본은 전쟁을 할 수 없는 나라, 군사력도 보유할 수 없는 나라로 규정했다. 일본은 불구(不具)의 나라, 비정상 국가가 된 것이다.


일본은 다시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가 되기를 염원했다.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일본인들은 “보통국가”라고 표현했다. 일본의 염원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첫 번째 사건은 김일성이 일으킨 한국전쟁이었다. 한국전쟁을 수행하는 동안 미국은 일본의 군수 산업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고 비록 자위대(自衛隊)라는 조잡한 이름이기는 했지만 미국은 일본이 다시 군대를 갖출 수 있게 승낙했다. 그 자위대는 이미 세계적인 강군으로 성장했고 일본의 국방비는 국내총생산(GDP)의 1%를 넘으면 안 된다는 무언의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국의 국방비를 웃돌아 지난해 기준 일본의 국방비는 541억 달러로 세계 9위, 한국의 국방비는 502억 달러로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그런 일본 정부가 올 12월16일 외교·방위 정책 문서에 ‘적(敵) 기지 공격 능력’의 보유를 명기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일본을 향한 공격 의사가 명확하다고 판단되면 사전에 상대의 미사일 기지, 사령부 등을 공격하겠다는 뜻이다. 일본의 방위비는 5년 뒤 1,100억 달러 정도에 달해 당장 세계 3위로 뛰어오른다. 일본의 군사력이 군사비 기준 세계 3대 강국으로 도약할 것임이 확정된 것이다. 일본의 강대국화는 우리나라에는 착잡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이 이를 열렬히 환영하고 있는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일본의 조치에 대환영한다는 입장을 직접 발표했다. 올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일본의 군사력을 선한 힘(Force for good)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국무부 대변인, 국방부 대변인, 상하원 외교 관련 중진 의원들은 초당적으로 일본의 군사력 강화, 반격 능력 보유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77년 전 핵폭탄을 두 발씩이나 투하했던 적대국 일본을 강제 무장해제시키고 전쟁을 할 수 없는 나라로 만들었던 미국이 전쟁을 할 수 있음은 물론 세계 3위의 군사 대국이 되겠다는 결정을 내린 일본을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세월이다.

중국을 함께 견제하자는 미국에 친중과 반일적 행동으로 어깃장을 놓았던 한국의 과거 정권들을 미덥지 못한 동맹으로 인식해 미국은 결국 제1 파트너로 일본을 선택한 것일까? 우리 정치가들이 그동안 정치적인 목적으로 반일을 즐겼다면 크게 각성해야 할 일이다.

<이춘근 국제정치 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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