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선거에서 떨어진 이후 도널드 트럼프에게 지난 11월 중간 선거일은 아마도 최악의 날이었을 것이다. 그가 민 공화당 후보들은 경합주에서 거의 예외없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정치의 신은 그것만으로는 도널드를 벌주는데 부족했다고 판단한듯 하다. 지난 주 트럼프 부와 명성의 원천인 ‘트럼프 조직’은 맨해튼에서 열린 재판에서 탈세 등 17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평결을 받았다. 이 회사는 직원들 봉급 대신 고급 아파트와 차량을 제공하는 형식으로 조직적으로 탈세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트럼프의 심복이자 재무 총책임자인 앨런 와이설버그가 트럼프는 모르는 일이며 자신이 혼자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그만 감옥에 가고 트럼프는 기소를 면했지만 ‘트럼프 조직’의 독재자로 군림해온 그를 심복이 속이고 몰래 이런 일을 저질렀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만약 정말 트럼프가 몰랐다면 깜깜이 경영을 한 무지한 총수였음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다. 뉴욕 검찰은 트럼프가 포르노 스타에게 돈을 주고 입막음한 사건 등 여죄를 계속 수사하고 있다.
거기다 지난 6일 열린 연방 상원 조지아주 결선 투표에서 트럼프의 졸개이자 흑인 풋볼 스타라는 것외에는 아무런 내세울 것도 없는 공화당의 허셜 워커가 민주당의 라파엘 워녹에게 3% 포인트 가까운 표차로 나가떨어졌다. 조지아는 트럼프의 엉터리 부정 선거 주장에 동조하지 않은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가 7% 포인트 차로 재선에 성공할 정도로 공화당에 우호적인 주다. 그의 패배는 상당수 공화당원들조차 등을 돌렸음을 의미한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워커는 아마도 트럼프를 제외하고는 가장 정치판에 뛰어들 자격이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의 정책에 대한 이해도는 제로에 가깝고 문법에 맞는 영어 문장을 얘기하는 것도 힘든 것이 그의 수준이다. 민주당은 그의 황당하고 부조리한 과거 발언을 계속 틀어주는 것으로 선거 운동을 대신했다.
그러나 이런 그의 빈 머리보다 더 봐줄 수 없는 것은 그의 인간성이다. 그는 과거 “아버지 없는 가정이 큰 문제”라며 “아버지는 흑인 가정을 떠나고 아이들은 어머니 손에서 자란다. 여자를 떠나더라도 자식은 떠나면 안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숨겨온 사생아가 셋이나 있으며 그 중 한 아이의 생모는 워커가 자녀 양육비를 지불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는 또 낙태는 죄라며 합법화에 반대해 왔는데 두 명의 여자가 워커가 과거 돈을 주겠다며 낙태를 종용할 일이 있다고 폭로했다. 이에 비하면 대학을 안 가고 갔다고 하고, 사법 기관에서 일하지 않고 했다고 하고, 소수계 최대 치킨 비즈니스를 소유하지 않았으면서 했다고 한 거짓말은 애교처럼 들린다.
그의 친자식 크리스천 워커는 아버지가 “많은 여자들과 자기 위해 우리를 떠났고 우리를 죽이겠다고 협박했으며 당신의 폭력을 피하기 위해 6달에 6번 이사하게 만들었다”며 “어떻게 감히 도덕적이고 기독교적이며 올바른 인간인 척 거짓말을 할 수 있느냐. 당신은 평생 다른 사람 인생을 파괴해왔다”고 말했다. 자식한테 이런 소리를 듣는 인간은 정치판이 아니라 교도소에 가 마땅하다.
이런 일들이 아니더라도 요즘 트럼프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이 달 초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2020년 대선이 부정 선거였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이런 종류와 정도의 대대적인 사기는연방 헌법을 포함한 모든 규칙의 종료를 허용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자기가 선거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연방 헌법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인데 대통령을 지낸 사람 입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말이다. 모든 대통령의 제1 책무는 취임 선서에서 하는 것처럼 연방 헌법을 수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에 앞서 지난 달 말에는 제2차 대전 중 유대인 인종 학살이 일어났음을 부인하는 대표적 반유대주의자 닉 푸엔테스를 역시 반유대주의자로 잘 알려진 카녜 웨스트와 함께 플로리다 자택으로 불러 만찬을 했는데 가장 친 이스라엘주의자라고 주장해온 그의 행보와는 양립불가한 일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한 때 트럼프를 지지했던 유대인 단체들도 일제히 들고 일어났고 그제서야 트럼프는 초대한 사람을 잘 알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런 악재와 자충수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은 높다. ‘대가리가 깨져도 트럼프’라는 광신도들이 아직도 공화당의 1/3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정신을 들게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재난과 자충수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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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