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 후보’ 브라질 만난 건 불운…경험 토대로 더 성장할 것”
▶ “선수들에게 고마워…나 때문에 희생한 오현규, 가장 중요한 역할 해”
(영종도=연합뉴스)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룬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7일(한국시간)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4년 동안 똑같은 방향으로 준비를 해 이런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마스크 투혼'을 펼친 한국 축구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30·토트넘)은 결과뿐 아니라 과정도 만족할 수 있는 대회를 치렀다고 돌아봤다.
파울루 벤투 감독과 손흥민을 비롯한 대표팀은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들은 카타르 월드컵에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이후 12년 만의 16강 진출을 이뤘다.
조별리그에서 우루과이와 0-0으로 맞선 이들은 가나를 상대로 2-3으로 패했으나,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을 2-1로 잡는 등 매 경기 투혼을 펼쳐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지난달 소속팀 경기 중 안와 골절상을 당해 수술을 받은 손흥민도 안면 보호대를 착용한 채로 16강전까지 4경기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다.
16강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인 브라질을 만나 1-4로 완패했지만, 투지를 불태운 선수들에게 팬들은 돌을 던지지 않았다.
손흥민은 귀국 후 기자회견에서 "3, 4주 전에 4경기를 풀타임으로 뛸 수 있을지 물어봤다면 아마 안된다는 답이 나왔을 거다. 하지만 16강 경기까지 뛰고 올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몸 상태는) 괜찮다. 잘 회복하고 있는 것 같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제 토트넘으로 복귀해야 하는 그는 "소속팀 경기가 26일부터 시작된다. 경기에 맞춰 컨디션과 몸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소속팀과 이야기를 해 어떻게 할지 지켜봐야겠지만, 소속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번 월드컵을 되짚어본 손흥민은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모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했다는 것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16강은 어떤 팀이라도 이루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을 하는데, 더 큰 노력을 해 어려운 성과를 이뤄냈다"고 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이후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은 4년여간 대표팀을 이끌며 한국만의 '빌드업 축구'를 구축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
성적이 나지 않을 땐 외부에서 의심이 쏟아졌지만, 코치진과 선수들은 하나로 뭉쳤다.
손흥민은 "우리가 흔들렸다면 경기장에서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을 거다. 분명히 어려운 상황에도 이겨내는 끈기는 우리가 준비 과정에서 잘 해왔기 때문에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팀원들이 한 노력을 제일 가까이서 봤다. 어린 선수들이 월드컵이라는 첫 무대에서 긴장도 하고 떨리고 무섭기도 할 텐데, 두려움이 하나도 없이 그런 모습을 보여준 데 대해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분명히 더 잘할 수 있는데, 우승 후보인 브라질을 (16강에서) 만났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불운이다. 우리가 만든 상황이기는 하지만, 선수들도 많이 느꼈을 거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선수들이 더 성장할 것"이라며 대표팀이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이 포르투갈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구가 적힌 태극기를 흔들면서, 이 문구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꺾마'라는 줄임말로도 사용되는 이 말은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일종의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됐다.
월드컵 개막 전 "단 1%의 가능성이 있다면 앞만 보고 달려가겠다"며 부상 투혼을 예고했던 손흥민은 "우리 선수들은 정말 가능성만 보고 달려갔다. 최선을 다하고 투혼을 발휘했다"며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도) 정말 멋있는 말들이다. 선수들에게 정말 큰 영향을 줬다. 선수들, 우리 팀, 국민들도 인생에 있어 꺾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응원을 건넸다.
한편 손흥민은 자신의 부상 이탈 등에 대비해 대표팀 '예비 멤버'로 카타르에 함께 갔던 오현규(수원)에게 애틋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이 자리에서 현규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사실 나 때문에 와서 희생한 선수인데,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면서 "최종 명단에 들지는 않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월드컵에 함께 한 선수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