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년만에 원정 16강 한국·일본 아쉬운 패배
▶ 아시아 국가 최대 선전
가슴을 뻥 뚫어준 한 방…백승호가 후반 31분 굳게 닫혀있던 브라질의 골문을 뒤흔든 통쾌한 중거리슛으로 한국의 첫 골을 넣었다. 백승호의 30미터 중거리 슛은 전 세계 붉은악마 응원단의 답답했던 가슴을 뻥 뚫어준 한 방이었다. [연합]
한국과 일본이 각각 8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아시아 팀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받았다. 한국은 5일 열린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 1대4로, 일본은 크로아티와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갔지만 1대3으로 각각 패배했다. 그러나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는 한국, 일본, 호주 등 아시아 3개국이 16강 전에 진출하면서 역대 가장 많은 아시아 국가 16강전 진출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한국의 1-4 패배를 알리는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90여 분간 투혼을 펼친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 대표팀은 5일 카타르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에 1-4로 완패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 16강에 오르는 기분 좋은 성적을 냈지만, 여전히 세계의 벽은 높다는 것을 실감하는 대회이기도 했다.
16강전 내내 브라질의 공세에 쩔쩔맨 한국은 후반 31분 백승호(전북)의 만회 골로 겨우 영패를 면한 채 이번 월드컵을 마무리하게 됐다.
선수들의 얼굴엔 하나같이 아쉬움이 묻어났다. 김진수는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 솔직히 더 뛰고 싶었고, 어떻게든 잘 막아보려고 머리로는 생각하는데 몸이 안 움직였다. 내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무겁게 입을 열었다.
황인범(올림피아코스), 김민재(나폴리) 등 그라운드에서 쉴 새 없이 뛰었던 선수들도 모두 어두운 표정으로 부족했던 점들을 먼저 떠올렸다. 하지만 단순히 아쉬움만 느낀 것은 아니다. 선수들은 동시에 “후회 없이 뛰었다”며 후련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브라질전에선 압도적인 전력 차를 극복하지 못했으나, 벤투호는 조별리그 3경기에선 포기하지 않는 경기력으로 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1차전에서 우루과이와 0-0으로 팽팽히 맞섰고, 2차전에선 가나에 0-2로 끌려가다 조규성(전북)의 멀티골로 맹추격을 했다. 3차전에선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에 2-1 역전승을 거둬 16강에 올랐다.
황인범은 “결과가 당연히 아쉬울 수밖에 없지만, 후회는 남지 않는다. 팀이 흔들리는 일도 많았는데, 우리가 내부적으로 뭉치고 서로 믿으며 해온 것들을 지난 세 경기를 통해 보상받았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주장인 손흥민(토트넘)도 “안타깝기는 하지만 선수들이 정말 노력하고 헌신하며 준비한 부분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힘줘 말했다. 포르투갈전 역전 결승 골로 한국의 16강 진출의 주역이 된 황희찬(울버햄프턴)은 브라질전을 마친 뒤 경기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였는데, 아쉬움과 후련함 등 여러 감정이 동시에 밀려오는 듯했다. 처음 월드컵이라는 무대를 경험한 젊은 선수들은 당차게 다음을 기약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대표팀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조규성은 “유럽, 남미 선수들과 부딪쳐 보니 (해외에) 가서 더 성장하고 싶다” 며 “이제는 어디든 가도 내가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영권 센추리클럽 가입…한국 선수 15번째
◎…한국 축구 대표팀의 베테랑 수비수 김영권(32·울산)이 100번째 A매치 경기를 월드컵 16강전에서 맞이했다. 김영권은 5일 브라질과의 16강전 출전 명단에 한국의 선발 중앙 수비수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로써 김영권은 통산 100번째 A매치에 출전, 한국 선수로는 15번째로 FIFA ‘센추리클럽’에 가입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김영권은 17번째로 A매치 100경기를 돌파했다. 2010년 8월 나이지리아와의 친선경기에서 A매치에 데뷔한 김영권은 100경기에서 7골을 기록했다. 데뷔 골은 2011년 6월 세르비아와의 친선경기에서 넣었다. 특히 그의 A매치 득점 중 두 골은 월드컵 본선 무대, 그것도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유럽 강호를 상대로 나와 한국 축구가‘기적’을 일으키는 발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