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예선 뒤 축구협회 측이 재계약 제의…그러나 안 하기로 9월 결정”
▶ “한국 선수들, 내가 함께한 선수 중 최고…평생토록 기억할 것”
한국 축구를 사상 두 번째 '원정 월드컵 16강'으로 이끈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이 4년 4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벤투 감독은 5일 브라질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1-4로 패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 대표팀 감독직 재계약을 안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수들과 대한축구협회 회장에게 내 결정을 말했다. 결정은 이미 지난 9월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벤투 감독에 따르면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은 이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 끝난 뒤 벤투 감독에게 재계약 제의를 했고, 벤투 감독은 지난 9월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로써 벤투 감독과 한국 축구의 '4년 동행'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마무리됐다.
벤투 감독은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직후인 2018년 8월 28일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해 4년 넘게 팀을 이끌어오며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냈다.
이어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는 조별리그에서 1승 1무 1패를 거두며 사상 두 번째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지휘했다.
벤투 감독은 단일 임기 기준 한국 대표팀 최장수 사령탑이다.
벤투 감독은 "이제 미래를 생각할 때"라면서 "일단 포르투갈로 돌아가 쉬면서 재충전하고 그 뒤에 향후 거취에 대해 선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이뤄낸 것에 대해 고맙다. 그동안 한국 대표팀을 이끌 수 있어서 매우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기자회견과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이뤄진 벤투 감독과의 일문일답.
-- 대표팀을 지휘한 지난 4년간의 소회는.
▲ 브라질은 우리보다 나은 경기를 펼쳤다. 승리를 축하한다. 우리는 경기를 좀 더 지배하려고 했는데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지난 4년간 열심히 준비했다. 조별리그를 굉장히 잘 치렀다고 생각한다. 물론 오늘 골을 더 넣었다면 좋았겠지만, 난 우리 팀이 여전히 자랑스럽고, 선수들이 잘했다고 생각한다. 4년 동안 감독으로 일하며 만족스러웠다.
-- 한국 대표팀과 동행을 마치는 것인가.
▲ 이제 미래를 생각할 때다. 내 계약은 이번 월드컵 한국의 마지막 경기까지다. 한국 감독직 재계약을 안 하기로 했다.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월드컵 최종예선 뒤 나에게 재계약 제의를 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 이후에 한국 대표팀에 남지 않기로 지난 9월 결정했다. 물론, 내 결정을 회장에게 전달했다. 오늘 선수들과 회장에게 내 결정을 다시금 확실히 말했다. 우리 선수들이 이뤄낸 것에 대해 고맙다. 그동안 한국 대표팀을 이끌 수 있어서 매우 자랑스럽다. 일단 포르투갈로 돌아가 쉬면서 재충전하고 그 뒤에 향후 거취에 대해 선택할 예정이다.
-- 후반전에 경기 통제권을 조금 가져온 것 같다. 뭘 바꿨나.
▲ 어려운 경기였고,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우리는 수비적이니 전략을 선택했다. 역습으로 상대의 어떤 공간을 노릴지를 모색했다. 이전 3경기에서보다는 빌드업을 적게 가져가면서 대응 방안을 생각했다. 그런데 일찍 실점하면서 어려워졌다.
지난 조별리그 3차전에서 로테이션을 가동한 브라질은 오래 쉰 선수가 많이 출전했다. 반면, 우리는 대부분의 선수가 못 쉰 채 그대로 경기에 나섰다. 특히 페널티킥 실점을 하면서 에너지를 잃었다. 육체적으로는 이미 힘든 상황이었다. 유효슈팅이 있었으나, 골키퍼 알리송(리버풀)의 선방에 막혔다. 브라질은 강력한 우승 후보다웠다.
-- 육체적으로 힘들었다지만, 마지막 20분 동안 정말 잘 뛰었다.
▲ 그 누구도 경기에서 지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지난 4년 4개월 동안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면서 훈련했다. 우리 선수들은 정말 훌륭한 실력을 보여줬다. 만족스럽고 자랑스럽다. 이번 16강전에서도 우리의 게임 스타일을 잘 보여줬다. 내가 함께 일했던 선수 중 최고다. 오늘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조별리그 가나와 2차전에서 승리했다면 더 많은 승점을 쌓을 수 있었다. 그래도 한국 축구 사상 3번째 16강을 이뤄낸 것에 대해 기쁘고 자랑스럽다.
-- 한국 대표팀을 맡은 것이 당신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 환상적인 선수들이었다. 프로로서 대단히 열심히 했다. 인격적으로도 매우 훌륭했다. 나와 내 코치들에게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나와 함께 일한 모든 분께 감사하다. 특히 함께 일한 두 명의 한국인 코치(최태욱·마이클 김)에게 고맙다. 그들이 우리를 정말 많이 도와줬다. 한국 대표팀을 이끈 경험을 평생 기억할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