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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이 한미동맹에 주는 함의

2022-12-01 (목)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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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전략적 거점 지역인 헤르손을 탈환하며 승기를 잡은 듯했지만 러시아 역시 개전 후 최대 규모의 공습을 감행했고 추가 징집을 예고하며 끝까지 가겠다는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러시아가 종국에 패퇴하더라도 그간 전쟁의 참화를 감안하면 결코 우크라이나의 승리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국의 안보에 주는 함의는 적지 않다. 우크라이나와 한국은 강대국의 중간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정학의 대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양 국가를 대표적인 ‘중간 국가(in-between state)’라고 평가했다. 물론 한국은 우크라이나보다 훨씬 강한 나라다. 세계 6위권의 군사 강국이자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다. K팝과 K드라마로 대표되는 한류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한국은 소프트파워 강국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동북아의 지정학적 역학 구도에서 한국은 여전히 안보 취약국이다.

우크라이나·한국과 같은 중간 국가의 안보 정책에 동맹은 필수적이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독립국이 됐는데 구소련이 우크라이나에 배치해놓은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고스란히 보유하게 돼 졸지에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 됐다. 미국·영국·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도록 종용했고 포기의 대가로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권을 보장해주기로 약속했다. 이러한 약속은 1994년 ‘부다페스트 안전보장 양해각서’ 채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빼앗았고 2022년에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권을 짓밟는 전면전을 감행하며 부다페스트 각서를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다. 미국과 영국 역시 부다페스트 각서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부다페스트 각서가 국제 합의였지만 법적 구속력이 발생하는 ‘조약’은 아니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로부터 지속적인 안보 위협에 노출돼있었고 부다페스트 각서로는 자국의 안보를 지켜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래서 적지 않은 국내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었다면 러시아가 전면전을 벌일 수 있었을까? 아마 그러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19년 이코노미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나토는 ‘뇌사(brain death)’ 상태”라고 언급했을 정도로 나토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나토의 ‘집단안전보장(collective security)’ 공약은 여전히 유효하다. ‘회원국 중 한 국가라도 공격을 받으면 다른 회원국 모두가 자국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같이 전쟁을 치른다’는 집단안전보장 공약은 나토의 핵심이다. 이러한 공약의 위중함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을 러시아가 극렬히 반대했고 미국 역시 부담스러워했다.

나토에 가입하지 못하고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와는 달리 한국은 70년 동안 갈고 닦은 한미 동맹이 있다. 이승만 대통령이 1953년 주저하던 미국을 설득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것은 거의 신의 한 수였다. 한미 동맹의 역사가 70년이나 되다보니 동맹의 전쟁 억지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도 발생했지만 한미 동맹은 북한의 침공을 억지해 제2의 한국전쟁을 예방해온 핵심 기제다. 한미 동맹은 여러 차례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전열을 재정비해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날로 발전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한미 동맹에 또 다른 차원의 도전으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이 최근 시험 발사한 화성 17형은 괴물 ICBM으로 불리는데 다탄두를 탑재해 미국이 방어 미사일로 요격하기 어렵고 미국의 주요 도시를 동시에 타격할 수 있다. 실전 배치에 성공한다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 실천을 어렵게 할 수 있다. 한미 동맹을 경제 등 다른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보 동맹 강화가 더 시급한 과제로 보인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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