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테라노스’의 창업자인 엘리자베스 홈스는 실리콘밸리에서 주목을 받은 스탠포드 대학 자퇴생이었다. 그녀가 19세 나이에 창업한 사업 아이템은 손가락에서 채취한 피 몇 방울로 수백개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주장, 세간의 주목을 받았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 검찰은 홈스가 야망에 눈이 멀어 많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렸다며 징역 15년형과 함께 8억 달러의 배상금 지급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구형했고, 법원은 지난 18일 징역 11년3개월을 선고했다. 그녀는 많은 투자자들을 상대로 수억 달러를 유치했다는데, 심지어 전 국무장관인 조지 슐츠까지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다니 참 어이가 없다.
최근에는 홈스보다 더 젊은 한국인이 온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홈스처럼 스탠포드 대학을 졸업한 서울 출신 권도형이 루나와 테라라는 가상화폐를 만들어 사회적 물의를 크게 일으킨 것이다. 그의 나이는 31세로, 한국의 대원외고, 미국의 명문 스탠포드 대학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학사이다. 그가 전직 애플사 엔지니어, 마이크로소프트 엔지니어라는 번듯한 이력을 이용해 다수의 투자자들을 현혹시켰다. 그의 작품 루나가 최고가 14만5,900원을 기록한 이후 대폭락이 일어나 현재는 1원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지금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을 것이다.
테라는 ‘지구’라는 뜻으로, 지구나 땅처럼 안정적인 가치를 제공한다는 뜻을 담아 명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엔화나 달러처럼 국가가 보증하는 통화가치도 오르락내리락하는 판에 한 개인이 만든 화폐가 고정적인 가치를 유지한다는 것은 허황되기 그지없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달콤한 말에 속아 넘어간 것이다. 드러난 분석에 의하면 루나코인의 사용자는 28만명에 육박하고, 700억개 정도가 유통된 것으로 추정돼 그 피해 액수는 자그마치 조 단위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의 행각은 오히려 피라미과, 나라가 흔들릴 정도의 금융스캔들이 터졌다. 세계 3대 암호화폐 거래소중 하나인 FTX가 유동성 위기 끝에 지난 11일 파산신청을 하였다. 법원에 신고된 회사의 부채는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 업체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라고 한다. FTX 부채는 수백억 달러, 채권자는 10만명이 넘는다.
창업자인 샘 뱅크먼 프리드(CEO)는 벌써 사임했다는데, 이 인물의 이력 또한 놀라울 정도다. 양 부모 모두 스탠포드대학 로스쿨 교수이니 금수저 출신이나 다름없다. MIT에서 물리학을 전공했으며 이제 갓 30을 넘은 젊은 청년인데 이런 큰일을 저지른 것이다.
이 회사는 설립된 지 얼마 안 돼 벌써 320억 달러에 준하는 기업 가치를 평가받을 만큼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2019년에 회사를 창업한 후 유명 스포츠 선수들에 접근해 그때부터 벌써 대박의 조짐이 보였다고 한다. 최근에는 NBA구단인 마이애미히트와 1억3,500만 달러에 19년 후원계약을 체결해 마이애미히트의 홈구장 공식명을 2021-22시즌부터는 ‘FTX 아레나 구장’으로 이름까지 바꿔버렸다. 이 가상화폐 거래소 회사 명의가 우크라이나 정부와의 자금세탁 통로로 이용되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이 모두가 소위 명문대 출신 수재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다 못해 웃기기까지 하다. 어려서부터 스마트폰에 길들여진 그들. 현실과 가상현실의 구분조차 안 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렇다면 이런 스캔들은 세상을 뒤흔들 더 큰 사건들의 전조에 불과하지 않을까. 머리만 믿고 따뜻한 가슴을 소홀히 하는 이른바 명문대 교육을 받은 수재들의 배신은 차라리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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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뉴욕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