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침체 우려에 저축 는다… 한인은행들 소액예금 급증

2022-11-15 (화) 12:00:00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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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만달러 이하 계좌 총액 3분기 21억달러 달해

▶ 전분기 대비 53%나 ↑… 예금확충 마케팅 탄력
이자율 상승·자산시장 부진에 예금으로 몰려

침체 우려에 저축 는다… 한인은행들 소액예금 급증
남가주 한인 은행들의 소액 예금 계좌 총액이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경기침체를 앞두고 씀씀이를 줄인 한인들이 기준 금리 인상으로 이자율이 높아진 상황을 활용해 적은 돈이라도 은행에 맡겨 위기를 헤쳐나가는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남가주에 본점을 둔 뱅크오브호프, 한미은행, PCB, 오픈뱅크, CBB, US메트로은행 등 6개 한인은행에 예치된 10만 달러 이하 소액 예금계좌 규모는 총 20억9,642만 달러 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2분기(13억7,473만 달러) 대비 한 분기 만에 무려 52.5%가 증가한 것이다. 은행 예금계좌(Time Deposots)는 짧게는 3개월부터 길게는 3년까지 만기가 있는 양도성 예금증서(CD)를 포함한다. 고객들은 보통 12개월 만기 상품으로 정해진 연이자율(APY)을 제공하는 CD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최대 한인 은행인 뱅크오브호프(행장 케빈 김)의 소액 예금계좌가 총 16억5,849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분기(10억1,184만 달러)대비 63.9% 증가한 것이다. 상승률로 살펴보면 오픈뱅크(행장 민 김)의 소액 예금 계좌 증가율이 101.9%로 가장 컸고 PCB(행장 헨리 김) 27.1%, 한미은행(행장 바니 이) 4.8%, CBB(행장 제임스 홍) 4.1% 순이었다. US메트로 은행(행장 김동일)의 경우 예외적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은행 규모를 생각했을 때 예금 수요 자체가 적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인 은행 소액 예금이 크게 증가한 것은 경기침체를 앞두고 한인들이 씀씀이를 줄이면서 저축을 늘린 결과로 분석된다. 10만 달러 이하는 큰 금액이 아닌 만큼 향후 경제 악화가 현실화 됐을 때를 대비해 소액이라도 일단 예금 계좌에 넣어서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나타난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연속 기준금리 인상으로 CD 가입시 받을 수 있는 이자율도 높아진 상황이라 수익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또한 최근 일부 반등세가 나타났지만 증시를 비롯한 자산시장이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라 한인들에게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은 예금이 가장 매력적으로 여겨졌을 수 있다.

한인 은행들이 하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한 예금 유치 경쟁도 한인들의 CD 선호 현상을 불러왔을 수 있다. 한인 은행 업계에 따르면 뱅크오브호프는 최근 분기마다 이자율이 올라가도록 설계된 ‘스텝업CD’를 출시하는 등 예금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이외에 다른 은행들도 APY를 올리는 등 예금을 늘리려고 애를 쓰는 상황이다. 경기 침체를 앞두고 은행 입장에서도 부실화를 막기 위해서는 늘어난 대출 만큼 예금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한인 은행들의 경우 올해 들어 대출 증가 속도는 빠르지만 예금 유치는 다소 미진한 상황이다. 실제 3분기 남가주 6개 한인은행 실적을 살펴보면 대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6.2%를 기록했지만 예금은 5%에 그쳤다.

예금 유치 경쟁에 나선 것은 주류 은행들도 다르지 않다. 한인 은행들보다 비교적 규모가 큰 은행들의 경우 CD 이자율을 올려 예금 유치 경쟁에 나선 것과 동시에 일반 체킹계좌를 만드는 고객들에게도 현금을 살포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은행에 계좌를 갖고 있는 한인들 입장에서는 이 기회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먼저 현재 금리가 낮은 CD 상품을 갖고 있다면 해약하고 새로 가입하는게 이익일 수 있다. 그동안 다수 은행들이 저금리를 고수해왔기 때문에 현재 예금 관련 상품을 보유 중이라면 현재 시판되는 CD보다 이자율이 낮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소 수고스럽지만 이참에 체킹계좌부터 시작해 주거래 은행을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다수 은행들이 신규 계좌 오픈 고객을 대상으로 특판 CD 고금리 상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상황에 맞춰 가입하면 좋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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