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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를 바라보는 상반된 프레임

2022-10-27 (목) 신임철 한국제도경제학회 행동경제학 특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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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는 등산과 하이킹·낚시 등 아웃도어 활동 용품을 판매하는 회사다. 미국 아웃도어 시장에서 노스페이스 다음으로 큰 회사다. 뉴욕타임스는 9월14일 파타고니아 창업주인 이본 쉬나르 회장 일가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파타고니아 보유 지분 전체를 비영리재단에 기부했다고 보도했다. 기부한 지분의 가치는 약 3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쉬나르 회장은 “이제 지구가 우리의 유일한 주주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매년 약 1억 달러에 달하는 파타고니아의 이익도 전액 기후변화 대응에 쓴다고 한다. 파타고니아는 이미 1985년부터 매년 매출액의 1%를 지구세(earth tax)라는 이름으로 환경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그만큼 쉬나르 회장은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쉬나르 회장과 상반된 관점에서 기후변화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기억할지 모르지만 2017년 6월 트럼프는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2015년 12월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195개국의 동의로 채택된 최초의 구속력 있는 기후협약이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각국이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기후변화를 위한 인류의 행동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트럼프는 파리기후변화협약 때문에 미국의 노동자·기업·납세자가 불공정한 경제적 부담을 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쉬나르 회장과 트럼프의 기후변화에 대한 생각과 행동이 상반된 이유는 무엇일까. 행동경제학은 프레임이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기후변화를 바라보는 프레임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프레임을 우리말로 표현하면 ‘틀’이다. 창틀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우리는 창틀을 통해 바깥 풍경을 바라본다. 창틀의 모양이나 위치가 바뀌면 보이는 풍경도 바뀐다. 우리 머릿속에도 창틀과 같은 ‘생각의 틀’이 있다. 우리는 생각의 틀을 통해 세상의 현상·문제·이슈 등을 바라본다. 이때 생각의 틀은 관점(perspective)과 거의 같은 의미다. 따라서 프레임이란 ‘세상의 현상·문제·이슈 등을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프레임은 사람마다 같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서로 다르다. 그래서 사람들은 동일한 문제나 이슈에 대해 각자 다른 프레임에서 바라보고 다른 해석을 하고 다른 선택을 한다. 이와 같이 프레임에 따라서 사람들의 판단이나 선택이 달라지는 것을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라고 한다.


그럼 기후변화를 바라보는 쉬나르 회장과 트럼프의 프레임은 어떻게 다른 걸까. 쉬나르 회장은 기후변화를 ‘현존하는 문제’의 프레임에서 바라본다. 이러한 프레임에서 볼 때 기후변화는 인류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이므로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쉬나르 회장은 파타고니아의 모든 지분을 기부한 것이고 파타고니아는 37년 전부터 지구세를 내고 있는 것이다. 반면 트럼프는 ‘기후변화 부정론’의 프레임에서 기후변화를 바라본다. 트럼프의 프레임은 기후변화의 원인이 인간 활동이라는 사실을 부정한다. 인간 활동이 기후변화를 초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인간의 행동도 필요하지 않다는 논리다. 그래서 트럼프의 프레임에서 볼 때 파리기후변화협약은 불필요한 것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 때문에 향후 80년간 빙하 해빙으로 해수면이 최대 2m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한다. 평균 해발고도가 1.98m인 남태평양과 인도양의 섬들은 대부분 가라앉게 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린피스에 의하면 2030년에 해수면 상승과 태풍의 영향으로 서울의 3%, 국토의 5%가 물에 잠길 수 있다고 한다. 강남 일대, 해운대, 인천공항 등이 침수될 수 있다는 말이다. 폭우, 폭염, 대형 산불도 잦아지고 있다. 기후변화는 바로 지금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보다는 쉬나르 회장의 프레임이 더 맞는 것 같다. 이제 우리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을 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신임철 한국제도경제학회 행동경제학 특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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