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백제, 신라 3왕국 중에서 가장 늦게 왕국의 기틀을 잡은 신라가 한반도의 최종적인 승자가 되었다. 신라는 당시 동아시아 최강의 제국인 당나라와 손을 잡고 663년 백제를 멸망시키고 668년 고구려를 멸망시켰다. 그리고 옛 고구려 땅 대부분을 당에 내어주고 대동강 이남과 백제 땅만 확보하였다. 우리는 이것을 삼국통일이라고 배웠다. 그리고 124년이 지난 후 후백제, 고려로 나뉘어 36년동안 서로 전쟁을 하다가 고려왕국으로 통일이 되었다.
신라는 3국 중 최약체국으로 오랫동안 고구려의 보호를 받았지만 한반도의 최종적인 승자가 되었고, 후삼국 중 가장 늦게 왕국을 세운 왕건의 고려는 호남평야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력과 탁월한 군사력의 후백제의 견훤 앞에서 맥을 추지 못했지만 신라의 자진 항복을 받았고 내분이 일어난 후백제를 정벌하여 한반도의 최종적인 승자가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반도의 역사는 늦게 시작하고 약체였던 나라가 최종적인 승자가 되었다.
이렇듯 여러 집단이나 국가들의 오랜 기간 주도권 경쟁에서 최종 승자는 앞서가던 나라들을 따라가던 약체국가들이 많았다. 약체이기 때문에 주도권 경쟁의 1차 대상 밖에 있었고, 또 앞서가는 나라들의 문물을 따라가기 위해서 열린 자세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 수 있었다. 반면 앞서가던 나라들은 새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 것이 제일 좋다는 교만과 자기 것을 지키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다.
미국은 2차대전 이후 영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대국의 지위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곧 과학, 기술, 문화, 예술을 비롯하여 모든 학문을 선도하였다. 전세계의 인재들이 미국으로 향했고 미국 제품을 사기 위해서 수많은 기업과 무역인들이 미국으로 향했다.
그러나 30년이 넘어가자 독일과 일본의 추격이 시작되었고, 또 30년이 지나자 한국 대만 그리고 중국이 미국시장을 점령해버렸다. 운동장 10바퀴 도는 달리기에서 5바퀴 이상 앞서고 있던 미국이 바로 뒤에서 쫓아오는 나라들에게 힘으로 협박을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말로는 중국을 적국으로 삼고 제재를 가한다고 하지만 실제 내용은 미국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동맹국들도 중국과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2022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이 통과되었다. 이것은 미국의 가치인 자유무역은 접어두고 특별히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나라와의 약속도 팽개치는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이다. 이것은 어쩌면 기축통화인 달러를 사용하는 시장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게을렀다. 기술을 넘보는 한국과 중국보다도 원천 기술을 더 개발하기 위한 노력없이 그저 먼저 선점한 기술에 대한 로열티 받는데 신경을 더 많이 쓰고 다른 나라의 기술 개발을 우습게 여겼다. 더 큰 문제는 첨단기술 공장마저도 노동력이 싼 해외로 옮기면서 미국에는 숙련된 기술 노동자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개선하는데 적어도 30년이라는 한세대가 걸리는데 정권은 4년마다 바뀌고 그때마다 정책도 바뀌는 것이 문제다. 변화하는 미국의 정책을 빨리 읽고 대처하다보면 비록 우리가 소수이고 이민후발 주자이지만 미국에서 순식간에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사회를 더 연구하고 배우고 또 미국사회에 적극 참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한세대 노력하면 시작은 미약하였어도 마침내 미국사회에서 가장 인정받는 커뮤니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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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