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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 함락 1주년… 배워야할 교훈

2022-08-22 (월) 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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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16일, 아프가니스탄 재건 특별감사관이 한 건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우리가 배워야할 점: 아프가니스탄 재건 20년의 교훈”이라는 긴 제목이 달려있었다. 그러나 보고서는 아프간 정부가 붕괴하고 탈레반이 신속히 권력을 장악하기 하루 전에 나온 탓에 물밀 듯 쏟아진 미군 철수 소식에 묻혀버렸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13년에 걸친 재건작업과 산더미 같은 자료, 760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꼼꼼히 들여다 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미국 정부는 20년에 걸쳐 1,450억 달러를 아프가니스탄 재건에 쏟아부었다”는 개괄적 서술로 보고서는 시작된다. 하지만 미국이 지불한 재건비용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여기에 보태 8,370억 달러의 전비가 추가로 지급됐고, 3,587명에 달하는 미군과 연합군이 전사했으며 아프간군도 6만6,000여명이 사망했다. 특별감사관실이 내린 결론은 부정적이다. “아프가니스탄 재건과, 미군 철수 후에도 자력으로 지탱이 가능하며, 미국의 국가안보이익에 위협이 되지 않는 정부를 남겨두는 것이 목표였다면, 현 시점에서의 전반적 상황은 대단히 암울하다.”

왜 그럴까? 그토록 많은 에너지와 노력, 피와 재화를 털어 넣었음에도 변변치 않은 결과가 나온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하나? 보고서는 일관성 없는 전략, 비현실적인 기대치, 불충분한 감독 등 구체적인 실패 원인을 조목조목 들춰냈다. 특별감사실이 내린 결론 중 하나는 종종 상호충돌을 일으키는 미국의 모순된 목표다. 예를 들어 미국은 아프간 경제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붓는 것과 동시에 만연한 부패를 끝내려들었다. 현지의 군벌과 민간인 무장세력을 약화시키고 싶어하면서도 신속한 안전 확보를 위해 그들과 손을 잡기를 원했다. 현지의 아편 생산을 끝내길 원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농부들의 소득을 빼앗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러나 이들이 문제의 핵심은 아닌 듯하다. 2001년 패퇴한 탈레반은 전력을 재정비했고, 2005년 이래 줄곧 세력을 확장했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적군이 주도한 공격”은 2005년의 2,300명에서 2009년에는 2만3,000명으로 늘어났고 그 이후 2만1,000명 선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반면 그 사이에 미국의 전략과 전술, 병력 수준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군 민간인 고문으로 활동했던 카터 말카시안은 미국의 실패 이유를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탈레반의 전투력을 끌어올리는 영감은 아프간인의 정체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다. 간단히 말해 탈레반은 이슬람을 위해 싸우고, 점령군에 맞서 항전한다. 바로 이것이 아프간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 가치다. 반면 점령국과 연합한 현지 정부는 이와 유사한 영감을 제공하지 못한다.”

미국은 복잡한 아프가니스탄 내전의 한 복판으로 뛰어든 국외자였고, 새로 꾸려진 아프간 정부는 통치에 필요한 정통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현지인들에게 아프간 정부는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지독히 타락한 정치집단으로 비추어졌다. 물론 옳은 평가다. 우크라이나의 경우에서 보듯, 국민들로부터 정통성을 인정받는 정부는 외국으로부터 효율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내부의 응집된 지지가 부족할 경우 외부지원은 오히려 현지 정부의 신뢰성을 약화시키는 독이 된다.

여기에 모든 종류의 다양한 이유를 덧붙일 수 있다. 탈레반은 파키스탄에 피신처를 두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접경국에 피신처를 둔 잘 무장된 반란군을 깨부수기는 불가능하다.

미국인들은 외국과 외국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이라크전의 경험이 혼란을 불러온 것도 이 때문이다. 두 나라의 특성과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에 미국의 정부 기구들은 이라크에서의 경험을 아프가니스탄에 그대로 적용하려드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새겨야할 더욱 중요한 교훈이 있다. 현실을 주의깊게 살피지 않고 집단사고에 쉽게 휩쓸리는 경향을 보이는 점이다. 워싱턴의 엘리트들은 아프간 전을 유엔의 승인을 받아 도덕적 정당성을 획득한 ‘좋은 전쟁’으로 바라본다. 아프간전이 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믿음에 ‘올인’한 이들은 차고 넘치는 정반대의 증거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미군은 전쟁에 관해서는 냉철한 판단을 하면서도 막상 실전에 투입되고 임무가 주어지면 성공적으로 작전을 수행중이라는 보고서를 끝도 없이 작성한다. 베트남전에서는 사살한 적군의 시체 수를 셌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나날이 몸집을 불리는 아프간 정규군의 규모를 진전의 기준으로 삼았다. (이 수치는 크게 부풀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미군 철수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다소 결함을 드러냈지만, 조 바이든은 상원의원과 부통령으로 활동하던 시절 불편한 질문을 거침없이 던지고, 낙천적인 보고의 뒷면을 바라보던 인물이었다. 애틀랜틱지에 실린 에세이에서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장군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저지른 미국의 “근본적 실수”는 “확고한 결의의 부족”이었다고 주장한다. 반은 맞는 얘기다. 미국의 지원에 높낮이의 변화가 있긴 했지만, 미국은 아프간과 영국이 치른 세 차례의 전쟁 기간을 합산한 연수보다 훨씬 오랫동안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며 전투를 치렀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1970년대 말과 80년대 아프가니스탄에 머물렀던 소련에 비해 두 배 이상 오래 주둔했다.

엘리엇 애커만은 20년 전쟁을 다룬 그의 새로운 저서 “제 5막: 미국의 아프간전 종말”에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데 주저감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애커만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만든 것이라곤 판자로 지은 허접한 목조물뿐이라고 꼬집었다. 새로운 나라에 도착할 때마다 영국인들이 그들의 영원한 제국을 상징하는 석조 구조물을 세운 것과 너무도 대조적이라는 비유다.

짐작컨대 미국은 늘 두 개의 상반된 감정이 충돌하는 엉성한 널빤지 제국주의자가 될 것이다.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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