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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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씻는 법’

2022-06-28 (화) 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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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은 오른손을 씻고
오른손은 왼손을 씻는 법이다
손바닥은 손등을 씻고
손등은
손바닥이 데려가 입힌 때를
다른 편 손바닥에
기꺼이 맡기는 법이다
손에서 손까지의 거리
손바닥에서 손등까지의 거리
서로 마주치지 않으면
죽어도 씻을 수 없는 거리가
가슴 아래 같은 체온에 매달려 있다

‘손 씻는 법’ 류근

손바닥은 세상의 보물을 다 쓸어볼 수 있지만 제 손등만은 어루만질 수 없다. 서로 없으면 안 되지만 평생 다른 곳을 보아야 한다. 그러나 진화의 대칭 거울로 마주보는 두 손은 언제나 협력한다. 오른손이 열매를 딸 때 왼손이 가지를 당기고, 오른손이 실을 꿸 때 왼손이 바늘을 잡아준다. 오른손이 아프면 왼손이 쓰다듬고, 왼손이 저지르면 오른손이 감싸준다.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나는 것처럼 사람은 두 팔을 저으며 간다. 언제나 찰떡 호흡은 아니다. 오른손잡이는 곧잘 왼손을 베며, 왼손잡이는 더러 오른손을 찌르곤 한다. 그러나 곧바로 찌른 손은 연장을 놓고 반대편 손을 감싸 쥔다. 가슴 아래 같은 체온에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반칠환 [시인]

<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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