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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마무리 전략

2022-06-20 (월) 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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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윈스턴 처칠은 영국인들에게 장기전에 대한 대비를 당부했다. 이집트에서 연합군이 거둔 승리를 언급하며 그는 “이것이 끝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종전 단계의 시작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아마도 시작의 끝자락일 수는 있다.” 이런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우리가 목격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느 단계에 와있는 걸까?

외교협회 연구원이자 “전쟁은 어떻게 끝나는가”의 저자인 기드온 로즈는 “중간단계”라고 진단한다. 그는 마치 체스 게임처럼 모든 전쟁은 극적인 공격과 방어로 막을 연다고 지적한다. 첫 포문을 연 쪽에서 결정적 초반 승기를 잡지 못하면 전쟁은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쌍방이 치열한 난타전을 벌이는 중간단계로 접어든다. 일단 이 단계에 이르면 어느 쪽도 협상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에 임하려면 전쟁터에서 확실한 힘의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양측 모두 감정이 격양돼 협상을 통해 절충점을 찾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전쟁 당사국들은 두 가지 경로 중 하나를 통해 막바지 단계로 들어선다. 예를 들어 (1918년과 1944년의 경우처럼) 전황이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돌아가거나, (1951년 중반의 한국전 상황처럼) 진 빠지는 고착상태가 이어져야 종전단계로 진입한다. 로즈의 말을 빌리자면 “바로 이 시점에 엔드게임이 시작되고, 당사국들은 유리한 협상결과를 끌어내기 위한 기싸움을 벌인다.”


현재 우리가 위치한 중간단계에서 서방세계는 우크라이나의 입지 강화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키이우는 더 많은 무기와 훈련을 필요로 한다. 우크라이나인들이 소화할 수 있는 현실적 한계치가 있긴 하지만, 워싱턴과 유럽의 우방국들은 지원노력을 배로 늘려야 한다. 우선 오데사를 둘러싼 러시아군의 봉쇄를 깰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군이 필요로 하는 모든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사람들은 올해 약 11%가량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러시아 경제의 붕괴에 집중한다. 하지만 2022년 한 해 동안 우크라이나 경제는 무려 45%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흑해에 위치한 오데사의 항구들을 통해 자국의 곡물을 수출하지 못할 경우 우크라이나는 앞으로 수 년 동안 심각한 경제적 재앙을 겪게 된다.

필사적 공방으로 얼룩진 전쟁의 중간단계는 단언하건대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현 단계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결정적 승리를 챙길 여력이 없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이 쉽게 항복할 것 같지도 않다. 단기적으로 보면 러시아에 유리한 상황이긴 하다. 러시아는 이미 돈바스의 상당부분을 장악했다. 아직도 서구가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길을 완전히 틀어막지 않았기 때문에 모스크바는 이번 전쟁 동안 이득을 취했다. 블룸버그는 올해 러시아의 오일과 가스 수출대금이 지난해의 2,360억 달러보다 늘어난 2,8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와 함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수출 능력을 거세했다. 우리의 장기적 희망사항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시간이 지날수록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동시에 서방의 방대한 지원에 사기충천한 우크라이나가 끝까지 싸우겠다는 전의로 불타올라야 한다.

아직 전쟁의 막바지 단계에 도달하진 않았지만 우크라이나는 지금부터 엔드게임을 구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일관된 입장을 유지할 수 있고, 이를 중심으로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해 국제적인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키이우가 러시아를 상대로 2월24일 이전의 국경선을 고집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사실 계속 노력은 해야 하겠지만 러시아군이 점령한 영토 전체를 우크라이나가 무력으로 수복하기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올해 러시아가 차지한 땅을 원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확고한 목표로 삼아야한다. 그렇게 되면 키이우는 협상 테이블에서 2014년에 러시아가 합병한 자국 영토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여러차례 이와 유사한 생각을 내비쳤다. 게다가 2월24일 이전의 경계선을 회복한다는 목표는 국제사회로의 강력한 지지를 얻을 것이다.

전쟁의 마지막 단계에서 서구, 그중에서도 특히 미국은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직접 전투를 치르고 있다. 그러나 무력충돌이 교착상태로 접어들면 진짜 싸움은 러시아와 서방 세계 사이에서 치러질 것이다. 제재완화를 얻기 위해 러시아가 서방측에 내어줄 것이 무엇일까? 러시아의 고립을 풀어주는 대가로 서방세계는 러시아에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이제까지 워싱턴은 이런 질문이 나올 때마다 우크라이나가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당사국을 제치고 미국이 협상을 주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공개적인 지지의 올바른 메시지이긴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서방 파트너들은 이번 전쟁에서 달성해야 할 공통의 목표를 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을 조율하며, 국제적인 지원을 끌어내 최종적인 성공을 거두기 위해 사용 가능한 모든 지렛대를 동원해야 한다. 한마디로 우크라이나의 목표는 최소한 2월24일 이전의 영토를 완전히 확보한 독립국가가 되는 것이어야 한다.

협상타결의 대안은 이미 500만 명이 국외로 도주한 우크라이나 국민과 국가 전체에 더욱 참혹한 결과를 안겨줄 ‘끝나지 않는 전쟁’이다. 이 경우 에너지와 식량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고, 세계 경제가 회오리치면서 지구촌 전체에 정치적 혼란이 가중될 것이다. 이처럼 음울한 미래를 피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는 지금부터 확실한 마무리 수순을 준비해야 한다.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 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 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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