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MVP를 향한 여정의 끝…커리어 정점에 선 커리

2022-06-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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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선 세 차례 NBA 챔피언전서 팀 우승 이끌고도 못 받아

▶ 보스턴에 103-90으로 꺾고 시리즈 4승2패로 우승 이끌어

워리어스의 스테픈 커리가 NB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

103-90, 점수 차가 13점까지 벌어진 경기 종료 15초 전 전의를 상실한 보스턴 셀틱스 선수들은 허리에 손을 올리고 홈구장인 TD가든 위를 어슬렁거렸다.

그때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에이스 스테픈 커리는 코트 엔드라인 부근에서 허리를 숙이고 끅끅거리고 있었다.

미국프로농구(NBA) 2021-2022시즌 종료까지 남은 시간이 5초 아래로 떨어지자 겨우 고개를 든 커리의 얼굴은 울음을 참느라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다시 2초 뒤 커리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참을 수 없었는지 코트에 털썩 주저앉아 팔로 눈물을 닦아냈다.


2009년 골든스테이트 전체 7순위로 지명되며 NBA에 입성한 커리가 13년 프로 선수 경력의 정점을 찍는 순간이었다.

16일 골든스테이트는 원정인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보스턴을 103-90으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정상에 올랐다. 팀 통산 7번째 우승이자 2017-2018년 이후 4년 만에 정상을 탈환한 것이다.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는 당연히 6경기에서 평균 31.2득점에 6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올린 커리의 몫으로 돌아갔다. 투표권자 11명의 만장일치였다.

커리는 이날 경기에서도 34점 7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승부처마다 보스턴의 추격을 끊어냈다. 이 수상은 지난 시즌까지 정규리그 MVP를 두 차례 차지한 데다, 3차례 우승, NBA 베스트5 4회, 올스타 8회, 국제농구연맹(FIBA) 세계선수권대회와 FIBA 월드컵 금메달까지 거머쥐었던 화려한 경력의 ‘마지막 퍼즐’이기도 했다.

이번 우승 전까지 커리는 팀의 주축으로 3번이나 우승했지만 한 번도 챔프전 MVP를 받지 못했었다.

2014-2015시즌에는 결승 상대인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르브론 제임스의 맹활약을 억제했다는 공로로 안드레이 이궈달라가 챔프전 MVP를 가져갔다.

당시 에이스로서 팀을 챔프전까지 올려놓은 커리는 결승 6경기에서 평균 26점 6.3어시스트를 올리는 훌륭한 활약을 펼쳤는데도 챔프전 MVP 투표에서는 한 표도 얻지 못했다.


오히려 준우승한 제임스가 이궈달라의 7표를 제외한 4표를 가져가며 ‘0표’의 처지가 부각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2016-2017·2017-2018시즌에는 ‘득점 기계’ 케빈 듀랜트에게 챔프전 MVP를 양보해야 했다.

이후 2018-2019시즌 챔프전에 진출했지만 듀랜트와 단짝 슈터인 톰프슨이 부상으로 빠진 챔프전에서 토론토 랩터스에 패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는 선수인지 역량을 의심받았다.

더욱이 바로 다음인 2019-2020·2020-2021시즌에는 자신의 부상과 팀 동료들의 부진 등이 겹쳐 플레이오프(PO)조차 진출하지 못하자, 과연 커리를 NBA 역사상 손꼽히는 ‘위대한 선수’의 반열에 둬도 되는지 선수·팬·미디어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번 우승과 MVP 쟁취는 이런 의구심 가득한 시선에 커리가 내놓은 명확한 답이기도 하다.

드레이먼드 그린이 2점에 그치고 앤드루 위긴스와 톰프슨이 나란히 부진했던 4차전에 43점을 폭격한 커리는 리바운드 10개, 어시스트 8개를 보태며 승리를 이끌었다.

이 경기가 끝나고 스포츠 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관행대로 우승팀에서 선정해왔던 챔프전 MVP의 주인공이 승패와 무관하게 커리가 돼야 한다는 파격적 주장을 내놨다.

이런 평가처럼 이번 챔프전에서 커리는 쉬운 슛 찬스를 거의 내주지 않았던 보스턴의 강력한 수비에도 48.2%의 성공률로 3점을 경기당 5개가 넘게 꽂아 넣었다.

커리가 던진 3점슛 대부분이 상대 수비가 틈을 내준 찰나를 이용한 고난도의 풀업 점퍼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50%에 가까운 커리의 3점슛 성공률은 놀라운 수치다.

커리는 챔프전 MVP 수상의 의미를 묻는 취재진 질의에 “우리가 승리했으며, 다시 이 무대로 돌아와 기회를 잡았다는 뜻”이라고 덤덤히 소감을 밝혔다. 현지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따르면 골든스테이트를 이끈 스티브 커 감독은 “이번 우승은 커리가 이룬 최고의 업적”이라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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