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리, 풀타임 소화…“하프타임에 팀 전술 조정 뛰어나”
▶ 정규리그 ‘3쿼터 강자’ 보스턴과 3쿼터 싸움에 주목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커리(30번)과 조단 풀이 보스턴 셀틱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후 기쁨을 나누고 있다. [로이터]
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다시 전성기 ‘약속의 3쿼터’를 구현하고 있다. 골든스테이트는 보스턴 셀틱스와 2021-2022 NBA 챔피언결정전에서 1승 1패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시리즈 동률이지만 골든스테이트의 ‘압도적 3쿼터’가 눈에 띈다. 두 경기 모두 3쿼터까지 양상이 비슷했다. 1·2차전 양 팀은 전반 종료 시점 2점 차로 엎치락뒤치락했다. 그러나 3쿼터만 되면 골든스테이트가 어김없이 시동을 걸더니 점수 차를 확 벌렸다. 1차전 골든스테이트는 3쿼터에 38점을 올리고 24점만 내준 데 이어 2차전에는 35점을 넣고 단 14점만 허용했다. 득실 차가 무려 +21이나 된다.
미국 스포츠매체 ESPN에 따르면 골든스테이트는 팀 역사상 파이널 경기 어떤 쿼터에서도 이보다 더 큰 마진을 낸 적이 없었다. 이 같은 팀의 3쿼터 약진을 이끄는 선수는 단연 주포 스테픈 커리다.
이번 플레이오프(PO) 들어서 경기당 평균 약 34분을 출전한 커리는 3쿼터에는 거의 쉬지 않고 11∼12분씩 뛰고 있다.
전략적 차원에서 출전 시간의 3분의 1 이상을 사실상 3쿼터에 집중하는 것이다. 드레이먼드 그린 역시 PO 18경기에서 매 경기 31분가량 출전한 가운데 3쿼터에 10분이나 뛴다. 커리가 공격을 주도하는 사이 리그 최고 수비수로 꼽히는 그린이 상대 득점을 어렵게 만들며 ‘늪 농구’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런 계산이 맞아떨어지며 3쿼터 골든스테이트의 팀 수비력도 어느 정도 발휘되고 있다.
PO 들어서 3쿼터 평균 26.8점을 실점했는데 PO에 출전한 16개 팀 중 6번째로 적은 기록이다. 아울러 3쿼터에 좋은 경기력을 보인다는 것은 전반 종료 후 휴식 시간을 잘 활용한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지난달 31일 미국 일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전반 종료 후 골든스테이트의 전술 조정을 ‘하프타임 마법’이라고 표현했다.
골든스테이트의 브루스 프레이저 코치에 따르면 하프타임 15분 중 스티브 커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은 4분간 회의한 후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비디오 영상을 보며 공·수를 조정한다. 골든스테이트 외 6개 팀에서 코칭스태프로 일했던 론 애덤스 코치는 “이 팀의 하프타임 전술 조정 절차는 훌륭하다. 아마도 몸 담았던 다른 어느 팀보다 좋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커리, 그린, 클레이 톰프슨 등 자체 지명해 키워낸 선수들을 중심으로 첫 우승을 일군 2014-2015시즌 이래 골든스테이트는 줄곧 ‘3쿼터의 강자’로 꼽혀왔다.
100번 공격 시 득점 기대치와 실점 기대치를 계산한 ‘넷 레이팅’ 3쿼터 수치에서 골든스테이트는 2014-2015시즌부터 2018-2019시즌까지 모두 1위였다. 이 기간 골든스테이트는 매 시즌 파이널 무대를 밟았고 3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농구팬들은 당시 골든스테이트가 어김없이 3쿼터에 상대와 격차를 내는 모습에 ‘약속의 3쿼터’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러나 정상급 선수 케빈 듀랜트가 팀을 떠나고 톰프슨과 커리가 부상으로 장기 결장한 2019-2020시즌부터 팀이 부진을 거듭하며 3쿼터에 약진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그러다가 커리, 그린, 톰프슨 등 주축 선수들이 건강과 컨디션을 회복한 이번 정규 시즌 다시 3쿼터 넷 레이팅 순위가 2위까지 올라갔다.
공교롭게도 이번 정규시즌 이 수치가 1위였던 팀은 파이널 상대인 보스턴이다. 1차전 보스턴은 골든스테이트의 ‘약속의 3쿼터’에 된통 당했지만, 다시 공·수를 조정해 4쿼터에만 40점을 퍼부으며 역전에 성공했다. 보스턴 역시 골든스테이트 못지않은 ‘3쿼터 강자’에다 경기 중 전술 조정에 능한 만큼 3차전에도 3쿼터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